“30년 기술 노하우 결정체 공개 땐 기술 유출 가능성 커”
민간 전문委서 판가름 날 듯… 업계도 공개 여부에 촉각곤두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피해를 검증하기 위해 공개를 결정한 보고서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데다 다른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 온양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최근 산업부에 요청했다. 산업부는 민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규정된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심의하지만 보통 전체회의까지 올라가지 않고 민간 전문가 중심인 전문위원회에서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어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보고서 내용에 국가핵심기술이 들어 있다고 판단하면 보고서가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삼성전자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부 산업재해 피해자와 방송사 관계자가 고용부를 상대로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하자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생산라인의 세부 공정과 인력 규모, 사용되는 화학제품의 종류까지 포함돼 있어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은 지난 6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30년 노하우가 들어 있는 보고서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날 “보고서를 검토해 영업비밀로 볼 만한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보고서는 산재 입증에 꼭 필요한, 절실한 자료”라는 입장을 냈다.
업계는 삼성전자 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종 결과에 따라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관련 정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공개하지 않는 게 업계의 상식”이라며 “자국 정부가 오히려 공개를 결정해 당혹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 결정이 잇따를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세종=서윤경 정현수 기자 nukuva@kmib.co.kr
삼성전자, 산업부에 “작업환경 보고서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단” 요청
입력 2018-04-1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