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트럼프’ 헝가리 오르반 4選 성공… 反난민 확산 우려

입력 2018-04-10 05:00
사진=AP뉴시스

빅토르 오르반(54·사진) 헝가리 총리가 총선 전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요란한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서 단상 위에 올랐다. 선거를 앞두고 다시 ‘증오 연설’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증오의 대상은 항상 같다. 첫째는 난민, 그다음은 난민을 받으라고 헝가리를 압박하는 유럽연합(EU)이다. 또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헝가리 정부를 비난하는 헝가리 출신 유대인이자 ‘월가의 큰손’ 조지 소로스도 비판 대상이다.

오르반이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이끄는 우파 집권당 피데스당은 199개 의석 중 134석을 차지했다. 투표율은 68.1%, 피데스당 지지율은 49.5%로 나타났다.

반(反)EU 성향 민족주의자 오르반이 EU의 분열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민족주의 포퓰리즘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동유럽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거의 사라진 백인 기독교인 우월주의에 대한 향수를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난민 문제는 이번 선거의 핵심이었다. 국영 방송사는 하루 종일 난민 위기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날 투표권을 행사한 시민 아틸라 보다(48)는 “우리는 난민들이 헝가리에 오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그들은 유럽에 극단주의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EU가 2015년 도입한 난민의 회원국 강제할당제에 반대하면서 지금껏 단 한 명의 난민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수년간 자신을 ‘무슬림의 홍수를 막아낸 유럽의 수호자’로 묘사해 온 오르반은 이번 선거에서도 “다인종 국가를 만들고 싶지 않다. 무슬림으로부터 헝가리 국경을 지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거는 EU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EU의 비전에 대한 싸움이었다”면서 “헝가리가 원하는 EU의 모습은 EU가 가는 방향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르반의 정치는 유럽이 중시하는 가치인 투명성, 톨레랑스(관용),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민족주의 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독재정치와 동일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