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국법관대표회의… 김명수 “사법 행정권 견제 위해 고민하겠다”

입력 2018-04-10 05:00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 앞)이 9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양=최종학 선임기자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 최기상 부장판사 의장 선출
전관예우 경계·권리 보호 등 4개 조항 담은 선언문 발표
김명수 대법원장 첫 참석 “사법 개혁에 동참해달라”

사법부 공식 기구로 출범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9일 열렸다. 지난 2월 대법원이 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의결한 뒤 첫 회의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법관대표회의는 장시간 논의 끝에 오후 11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법관대표회의는 네 가지 조항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했다. 우선 사법의 본질은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전관예우 등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재판에 부당한 차별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은 국민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사법행정은 일선 법관이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사법 행정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법관대표회의를 이끌 의장단이 선출됐다. 의장으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최기상(49·사법연수원 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부의장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최한돈(53·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의장으로 선출된 최기상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수평적 사법행정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올바로 견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 정식 기구가 됐지만 진보 성향이 더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을 찾았다. 대법원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설기구로서 법관대표회의의 위상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거론하며 “최근 우리 법원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법원 가족들로 하여금 참담한 심정을 겪게 했고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관들의 뜻을 제대로 모을 수 있는 상설 협의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사법제도 개혁의 힘든 여정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관대표회의 권력화 등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법관의 이익만을 과도하게 대변하는 단체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였다는 걸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