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은퇴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물러나는 일과 봉사의 영역에서 은퇴하는 데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교인들이 교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와 서리집사 같은 교회 구성원 상당수는 교회 내 각 부서에서 봉사를 합니다. 식당 봉사부터 주차 안내, 교회학교 교사나 찬양대원 등 교회의 모든 일이 사실 봉사자들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교회의 모든 봉사는 무급입니다. 말 그대로 봉사입니다. 그런 면에서 교회 봉사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나누는 신앙적 행위입니다. 그리스도인답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인 셈이죠.
안타까운 건 값없이 하는 봉사도 끝내야 할 때가 온다는 점입니다. 은퇴자들은 대부분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직분을 벗어난 A권사의 하소연입니다. “교회학교에서 교사로 20년 넘게 봉사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올해 1월 교사를 그만두게 됐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워요. 여전히 봉사할 힘이 남아 있는데 교회 안에서 제가 돌아갈 곳은 없네요.”
5년 전 세상을 떠난 B권사는 현직에서 떠난 뒤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평소 “교회와 결혼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교회 봉사에 열심이었던 B권사는 직분을 내려놓은 후 주일 예배와 노인대학 외엔 갈 곳이 사라졌습니다. 어떤 봉사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된 경우입니다.
C안수집사는 요즘 교회를 옮기고 싶을 정도로 섭섭합니다. “명예 장로들은 사무실이라도 따로 있어 그나마 낫지요. 하지만 저 같은 은퇴 집사들은 소외감이 커요. 불과 몇 달 전까지 봉사하던 부서에도 눈치가 보여 한 번 가기도 힘들어졌어요.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서러움입니다.”
이런 교인들이 늘면서 교회들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마땅한 해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교단 총회가 70세를 은퇴 연한으로 정하고 있어 봉사 기회를 계속 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불과 몇 달 전까지 교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이들의 아픔을 간과할 수도 없는 일이죠. 몇몇 교회는 찬양대를 은퇴자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봉사할 공간을 주자는 취지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인들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평생 교회에서 봉사한 분들은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지혜’가 있죠. 지금부터라도 은퇴자들이 보람 있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은퇴했으니 예배만 드리십시오”라는 권유는 신앙 공동체가 지향할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평생을 봉사해온 어르신들, 새로운 섬김의 기회를…
입력 2018-04-1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