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진(54) 여성가족부 차관은 여성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행정 경험이 풍부해 자타가 공인하는 여성 정책 전문가다.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많아 현장을 잘 아는 데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정책을 다뤄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도 듣는다. 사회적 약자라는 수동적 관점을 넘어 사회 변혁을 주도한다는 능동적 관점에서 여성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젠더문제를 정치·사회적 시각으로 접근하며 당면한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 현재 관심 사안은 여성 일자리 확대, 여성 인권 보호, 출산율 제고 문제다. 그는 요즘 정말 바쁘다. 여성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인 데다 미투(#MeToo) 운동이 거세게 일면서 여성 문제가 사회의 중심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이 차관은 “국내외적으로 페미니즘이 새롭게 조명받는 시점에 양성평등 실현을 국정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문재인정부에서 일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여가부가 미투 운동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하자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여가부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문제 소관 부서지만 직장에서 일어난 일은 고용노동부, 문화예술계는 문화체육관광부, 대학 등 학교는 교육계와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려가 큰 ‘펜스룰’을 묻자 “또 다른 여성차별이자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관련 부처와 협력해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여성 일자리 확충과 저출산 해소 문제다. 그는 “여성 일자리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출산율도 높아진다. 게다가 여성 일자리는 단순히 일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며 “관련 부처 간 긴밀히 협력해 여성 일자리를 늘리고, 일하는 여성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후진적이다.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여성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양극화민생대책위원회 비서관을 지냈다.
글·사진=양정원 기자 yjw7005@kmib.co.kr
[인터뷰] 이숙진 여가부 차관 “일자리는 인권의 문제… 일하는 여성이 존중받아야”
입력 2018-04-09 18:22 수정 2018-04-09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