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 4차 산업혁명시대 이끌 융복합 인재 산실 ‘우뚝’

입력 2018-04-10 21:14
디지스트 졸업식 퍼레이드가 열린 지난 2월 7일 학위복을 입은 디지스트 학부졸업생들이 대구 달성군 현풍면 일대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디지스트 제공
융복합 인재 교육 산실로 자리잡은 디지스트 전경.디지스트 제공
손상혁 총장
대구 달성군 현풍면 테크노폴리스에 자리 잡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은 지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관련 법령 제정(2003년)에 따라 2004년 설립됐다. 2011년 대학원과정을 개설했고 2014년 첫 학부생을 받았다. 올해 설립 14주년을 맞은 디지스트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융복합 인재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 최초 융복합 인재 교육 실시

2014년 첫 학부생 교육을 시작한 디지스트는 올해 국내 최초로 융복합 학사학위를 받은 졸업생 96명을 배출했다. 기초과학 지식이 탄탄한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학부 출범부터 전공이 없는 ‘무학과 단일학부’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무학과 단일학부에서는 기초과학(수학·물리·화학·생물 등)과 기초공학(컴퓨터·자동제어·통계·디자인 공학 등)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면서도 비교역사와 철학 등의 인문사회 교육과 1인 1악기, 태권도, 기업가정신, 리더십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2학년까지는 핵심적인 이공계 기초과목을 충실히 수강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3학년부터는 선택과목의 폭을 넓혔다. ‘학부전담교수제’도 운영 중이다. 학부전담교수는 학부생만을 위한 교육과 교재 집필, 연구지도, 멘토링을 제공해 학부생 개개인이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디지스트 융복합 교육의 핵심은 그룹형 연구 프로젝트인 ‘UGRP(Undergraduate Group Research Program)’다. 학생들의 협업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 2016년부터 시행 중이다. 5명 내외의 학부 3·4학년 학생이 그룹을 형성해 디지스트 학부·대학원 교수와 연구원, 외부 전문가 등의 지도를 받아 1년 단위의 융복합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역기업의 당면 기술과제 등을 해결하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UGRP 주제로 선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미 미국 MIT와 하비머드공대, 올린공대 등 학부 교육으로 유명한 대학에서는 활발한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학생 만족도도 높다. 올해 융복합 이학사를 취득한 오혜린(22·여)씨는 “디지스트에서 융복합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영상의학과 대사체학(Metabolomics·세포 내 대사물질과 대사회로를 총체적으로 분석 연구하는 생물학 분야)을 접목한 연구 등을 접하면서 신경영상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오씨는 디지스트에서 받은 융복합 교육을 인정받아 졸업 후 석사과정 없이 바로 영국 노팅엄대학교 영상의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지역과 함께 하는 대학

디지스트 융복합 학사 첫 배출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2월 7일 열린 졸업식 퍼레이드에는 학부졸업생과 지역의 현풍중, 포산중 졸업생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 고적대를 따라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과 사물놀이패 등이 1.2㎞를 행진했다. 해외 유명 대학 졸업식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달성군에서 펼쳐진 것이다.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 지역주민 등 1500여명이 거리에 나와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박수를 보냈다.

올해 퍼레이드에는 디지스트와 지역 중학교 2곳 등 3곳만 참여했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디지스트 포함 7개 학교에서 4000여명이 퍼레이드에 참여할 예정이다. 디지스트 측은 졸업식 퍼레이드를 학교 전통으로 만드는 동시에 지역의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졸업식 퍼레이드는 디지스트가 지역사회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역 기업들과의 상생도 실천하고 있다. 교수와 연구원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출자해 만든 기술출자기업이 고용창출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벌써 전기 이·삼륜차 제조사 ㈜그린모빌리티 등 기술출자기업 14곳을 설립했다. 그린모빌리티의 경우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에 대지 7000㎡, 연면적 5600㎡ 규모의 생산공장을 신축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생산성을 10% 정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3차원 도면을 자동으로 읽는 로봇팔이 금형 작업을 하는 기술, 전기통신을 이용해 자동차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전기기계식 브레이크 시스템 기술 등을 지역 기업에 이전했다. 지역 공기업들과 안전기술 개발 등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손상혁 총장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협력·배려의 리더 양성"

"디지스트 융복합 인재 교육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 손상혁(65·사진) 총장은 10일 디지스트의 융복합 교육에 대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키워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손 총장은 융복합 교육이 디지스트의 역할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창출하고 다른 학문과 융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넓이와 깊이를 모두 갖춘 인재가 필요한 시대인데 디지스트는 우선 넓이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언급한 넓이에 중점을 둔 교육, 즉 융복합 인재는 '4C'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의 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Creativity)', 잘 모르는 것이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답을 찾는 '도전정신(Challenge)',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협동심(Collaboration)', 협력을 위해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Care)'가 그것이다.

그는 "천재 한명이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가 끝나고 창의력과 도전정신, 협동심, 배려를 갖춘 인재가 세상을 이끌어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무학과 단일학부제를 도입한 것은 우리가 최초이고 유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융복합 교육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융복합 교육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교육 관련 학술행사(THE MENA Universities Summit)에서 강연을 한 뒤 융복합 교육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손 총장은 "융복합 교육에 대해 발표하고 나서 외국의 대학 관계자들이 계속 나를 찾아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면서 융복합 교육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한 대학 부총장은 평소 2025년쯤 대학에서 전공이 소멸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디지스트가 이렇게 빨리 융복합 교육을 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대학의 융복합 교육에 관심을 보인 사우디아라비아 카우스트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홍콩 시티유니버시티 등 세계 선진 대학들과의 교류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총장은 지역에서도 사랑받는 대학이 돼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졸업식 퍼레이드를 펼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지역에서 4년을 보낸 학생들이 지역주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은 디지스트가 지역과 함께 융합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대학의 기술을 지역 기업에 이전하는 등의 협력도 지역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