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말한다 좋은 일자리란?] “임금·복지 충족 땐 비정규직도 OK”… 워라벨 1순위

입력 2018-04-09 05:00 수정 2018-04-09 17:58

글 싣는 순서
<상> 청년 구직자가 꼽은 ‘좋은 일자리’
<중>‘좋은 일자리’는 왜 줄고 있나
<하> 한국형 ‘좋은 일자리’ 확충 해법

“비정규직은 싫다” 44%로 고용안정 원하는 청년 많지만 “정규직만 고집” 인식은 편견
‘복지’에서도 4대보험보다 근로시간 준수 요구 더 많아
초봉으로 200만∼250만원 원해 정부의 ‘복지’ 빠진 현금 지원책
구직자 생각과는 거리… 정부 대책에 81%가 “불만”


취업준비생들이 무조건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정규직만을 바란다는 인식은 편견이었다. 적어도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는 이들만큼은 예외였다. 대신 전제조건이 달렸다.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더라도 최소한의 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와 같은 복지 여건은 보장돼야 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청년층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연간 1000만원가량 소득을 더해주겠다는 지원책을 내세워 복지가 불분명한 중소기업 취업을 권장한 정부 정책과의 괴리도 여기서 발생한다. 적극적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10명 중 8명은 정부 정책을 반기지 않았다.

국민일보와 한국폴리텍대학은 적극적인 구직자들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4∼5일 이틀에 걸쳐 공동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대상은 적극적 구직자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폴리텍대 재학생 중 타 대학을 중퇴하거나 졸업한 후 재입학한 150명으로 한정했다.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교육 과정을 이수 중이다.

8일 항목별 응답 결과를 분석해보니 임금과 복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비정규직·파트타임 일자리도 괜찮다고 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 중 53명(35.4%)에 달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14.7%였고 ‘그렇다’고 답한 이는 20.7%였다. 임금이나 복지 조건이 충족돼도 비정규직이 싫다고 답한 이들은 66명(44.0%)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측면을 원하는 이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는 아니었다.

이러한 응답이 나온 밑바탕에는 ‘복지’에 대한 청년층의 수요가 깔려 있다. 응답자들에게 일자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복지 요건 세 가지를 물어본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첫손가락에 꼽은 복지는 최소한의 고용 안전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4대보험 가입(29.3%)이 아니었다. 오히려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36.7%)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았다. 자기개발을 위해 기업이 지급하는 복지비 등의 각종 수당(16.7%)이나 출산휴가 등의 휴가 보장(13.3%) 요구 역시 낮지 않았다. 되레 2순위나 3순위 응답으로 가면 이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졌다. 반면 4대보험 가입은 2, 3순위로 뒤로 밀렸다.

다른 질문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도 비슷하다. 안정성이 높고 취업 문턱이 높은 직장과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언제든 취업할 수 있는 직장의 선호도를 물어봤다. 그 결과 안정성을 원하는 이들이 107명(71.8%)에 달할 정도로 절대 다수였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임금과 복지 수준을 맞춰주겠다고 했더니 46명이 응답을 바꿨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에서 부족한 부분은 이들의 응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은 재정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신입사원 소득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3년간 2400만원을 지원해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제도인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교통비 지원 등을 더하면 연간 1035만원의 소득을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87명(58.4%)이 첫 임금으로 200만∼250만원이면 적당하다고 본 점을 보면 ‘과할’ 정도의 지원이다.

반면 복지에 대한 담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응답자들이 강조한 주 52시간 준수는 300인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50인 미만인 중소기업은 더 늦은 2021년 7월부터 시행이다. 이외 휴가 보장이나 수당 등은 근로기준법 등 고용법으로 보장하고는 있지만 개별 사업장에서 준수하는지 여부를 취업준비생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도 그래서 나온다.

이는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이 충분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한 이는 28명(18.6%)에 그쳤다. 보통 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여기에 ‘아예 잘 모른다’는 이를 합치면 81.4%가 정부 정책에 불만을 지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을 왜 기피하느냐는 질문에 김현우(이하 가명·26)씨는 “사람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 돈 더 준다고 일의 늪에 빠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과의 강유리(25·여)씨는 “단순히 돈 준다고 직장을 고르지 않는다. 복지나 미래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