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회에서 공론화…지난해 8월 다시 본격 거론
“21억 예산이 투입되는데 증빙 자료에는 제목뿐…시골 계모임도 이렇게 안해”
구재회 소장 교체 문제 부상… USKI “학문의 자유에 개입”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의 불투명한 예산 집행 문제는 2014년 국회에서 공론화됐다. 이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회와 정부에서 USKI의 불투명한 회계와 12년째 연임 중인 구재회 소장 문제가 함께 다뤄지기 시작했다. USKI 측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받고, 실적은 없고, 재정은 불투명한데 책임자는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금융감독원장)은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USKI의 예산 편성 및 집행의 불투명성을 거론했다. 매년 2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데 그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고 실적이 초라하다는 게 요지였다.
이후 국회는 USKI에 예산을 지원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통해 운영 개선안 제출 등을 요구했다. 매년 USKI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이 문제가 돼 예산이 삭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삭감 예산은 대부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며 복원되는 일이 많았다. 낙선한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연수 목적으로 이곳을 자주 찾으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사달이 났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 이사장을 상대로 USKI의 두 장짜리 예산 사용 보고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예산이 21억원이 지원되는데 제출된 보고서에는 인건비, 사업비 등 증빙 자료 제목만 있다”며 “시골의 계모임도 이렇게까지는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2018년 3월까지 불투명한 운영 상황을 개선한다’는 조건부로 정부 지원금 21억원을 승인했다.
경사연과 KIEP가 나서서 구 소장 교체를 추진한 것도 이 즈음이다. 김준동 KIEP 부원장은 지난해 11월 USKI 개선 방안을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장실 행정관에게 두 차례 보고했다. SAIS에도 구 소장 교체 의사를 담은 공식 서한을 전달했고, 지난 1월에는 김 부원장이 서울에서 발리 나스르 SAIS 학장을 만나 구 소장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음 달 SAIS는 거부 입장을 전달했다. 경사연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USKI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정부가 국책연구기관장에서 보수 인사를 퇴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국회 논의에 따른 후속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정부가 구 소장을 교체하려 한 게 아니라 국회에서 2014년부터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라며 “국회 결정에 따라 지난달 31일까지 투명성 보고서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KIEP와 USKI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행정관이 교체 작업을 주도한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KIEP가 청와대 정책실 소관 기관이어서 업무를 담당한 것”이라며 “홍 행정관은 김기식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좌관이었던 만큼 USKI 문제에 해박하다”고 반박했다. 연구기관에 대한 미국의 기부 문화와 한국의 정부 지원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준구 박세환 윤성민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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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4-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