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硏 “미숙” 인정… 뒤늦게 프로젝트별 보고 요구
한미연구소는 받은 예산을 기부금 의미 ‘그랜트’로 인식… 자세한 결산보고서 제출 안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USKI)와 예산을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회계보고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동 KIEP 부원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KIEP와 USKI는 2006년부터 매년 협약을 체결해 왔다”며 “협약에 (예·결산) 보고를 하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프로젝트별로 하라는 조항을 넣지 못했다. 이 부분은 그동안 미숙했다”고 말했다.
부실한 협약 내용 때문에 USKI는 그동안 KIEP의 지원금을 ‘기부금’을 뜻하는 ‘그랜트(grant)’로 인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USKI 입장에서는 자세한 결산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반면 KIEP는 이 돈을 사업비 항목에 속하는 ‘분담금’으로 보고 있었다. 김 부원장은 ‘그랜트일 경우 구체적인 보고 의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그랜트도 공여 기관이 요청하면 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확인되지는 않았고 전해들은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KIEP는 USKI의 부실 회계보고가 국회에서 지적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USKI 회계를 담당하는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 “2017년도 결산부터 프로젝트별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SAIS는 “해당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SAIS는 지난달 15일 “기존 회계체계로는 2017년도 집행 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새 협약을 체결해 2018년도 결산부터 프로젝트별 보고를 하겠다”고 다시 통보해 왔다.
SAIS가 올해부터 보고체계를 개선키로 했음에도 KIEP는 USKI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구재회 USKI 소장이 12년째 연임하면서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데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구 소장 임기 문제 역시 KIEP와 USKI 간 협약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이다. 김 부원장은 “소장과 이사 등 주요 인사의 임기 부분을 명확히 하고 사전협의도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USKI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한미연구소 예산지원 협약하며 구체적 회계보고 명시 안해
입력 2018-04-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