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멜로는 안 된다? ‘곤지암’ ‘지만갑’의 통쾌한 반란

입력 2018-04-09 00:00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폐 정신병원 공포 체험기 ‘곤지암’ 11일 만에 200만 동원
감성적 원작에 코믹 곁들인 ‘지금 만나러…’ 249만 돌파

초봄 극장가는 반란의 연속이었다. 국산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과 정통 멜로를 표방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공포와 멜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영화계 통설을 보란 듯이 깨부순 것이다.

이 두 장르는 한동안 국내 영화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다. 흥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와 제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기획 자체가 줄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긴 더 어려워졌다. 간간이 제작됐으나 그나마도 대형 액션·스릴러물의 틈바구니에서 흥행에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이런 와중에 터진 ‘곤지암’의 성공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스티븐 스필버그)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반짝 이변이 아니었다. 11일 만에 200만명을 동원했다. ‘장화, 홍련’(315만명) ‘폰’(220만 명)에 이어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미 손익분기점(70만명)을 3배 가까이 뛰어넘었다.

폐 정신병원에서의 공포 체험기를 온라인 생중계 형태로 다룬 구성이 신선하게 작용했다. 이 영화의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유튜브 실시간 중계 형식을 차용해 1020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GV 리서치센터 분석 결과 ‘곤지암’ 관람객의 61.4%가 10대와 20대였다.

쇼박스 관계자는 “공포물도 다시 흥행할 수 있다는 게 ‘곤지암’을 통해 입증된 셈”이라며 “한때 사극영화가 크게 흥행한 뒤 몇 년간 줄지어 사극이 만들어졌던 것처럼 공포영화에서도 그런 선순환이 일어날 듯하다. 제작자들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기획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또한 멜로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 됐다. 지난달 14일 개봉해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누적 관객 249만명(영화진흥위원회·8일 발표)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150만명)은 일찌감치 달성했다. 손예진과 소지섭이라는 탄탄한 주연배우를 기용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강한 원작에 코믹 요소를 곁들여 변주한 점이 주효했다.

이 영화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첫사랑 열풍을 일으켰던 ‘건축학개론’(2012) 이후 크게 흥행한 멜로 영화가 없었다”면서 “스릴러나 블록버스터에 치중됐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다양한 장르가 통용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앞으로 좀 더 폭넓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