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시리아, 또 화학무기 공격 … 자국민 최소 70명 사망

입력 2018-04-08 19:06 수정 2018-04-08 21:50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7일(현지시간) 통폭탄을 투하한 마지막 반군 지역 두마 곳곳에서 잿빛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현지 단체들은 두마 상공에 접근한 헬기들이 독가스를 채운 통폭탄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신화뉴시스
화학물질에 노출된 듯한 아이들이 눈·코·입 등을 세척하는 모습. 유튜브
시리아 두마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70명 넘게 사망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8일 현지 구조대원과 의료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가 180명에 달한다는 전언도 있지만 계속되는 정부군의 공세로 현장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두마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거점 동(東)구타에서도 마지막 남은 반군 지역이다. 이번 화학무기 공격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당국은 전면 부인했다.

현지 민간구조대 ‘화이트 헬멧’과 반정부 단체 ‘구타 미디어센터(GMC)’는 헬기들이 두마 상공에서 드럼통에 독가스를 채운 폭탄을 떨어뜨려 사람들이 질식사하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두마 지역에 대한 공습과 포격을 재개했다.

현지 여러 창구를 통해 전해지는 사망자 수는 대체로 70명대다. 화이트 헬멧 라에드 알-살레 대표는 “70명이 질식사하고 수백명이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고, GMC는 75명 넘게 질식사하고 1000명 이상이 가스 공격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시리아 병원들과 협력하는 미국 자선단체 의료구호단체연합(UMRO)은 다마스쿠스 지역 전문병원이 70명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BBC에 전했다.

UMRO 대변인은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은 약 180명이라는 현장 보고도 있지만 밤 시간인 데다 포격이 계속돼 희생자들에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격에 쓰인 화학물질은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으로 추정되고 있다. UMRO는 사람들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신경가스 노출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독성가스에 노출된 듯한 이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과 약품으로 서둘러 세척을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방금 세척을 받은 듯 온몸이 젖은 한 남자 아이는 상반신을 세운 채 눈을 감고 몸을 비틀거렸다. 카메라는 곳곳에 무더기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이들도 보여줬다.

화학무기 공격 혐의를 받는 시리아 정부는 ‘반군이 기획한 날조’라고 주장했다. 국영통신은 화학무기 사용 주장이 정부군의 진격을 방해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온 러시아도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부인했다.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앞서 시리아 정부가 내전 7년간 최소 3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