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명의 날인데… 또 법정관리 기로에 선 STX조선

입력 2018-04-09 05:06
채권단 “500여명 감축” 불구 희망퇴직·이직 신청 144명… 노조 “감원 반대” 파업 중
자구안 미합의 땐 법정관리…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지난해 법정관리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STX조선해양(STX조선)이 또다시 법정관리의 기로에 섰다. 정부와 채권단은 STX조선에 9일까지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STX조선 노사는 데드라인 전날까지 자구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극적 타결이 없는 한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TX조선은 8일 희망퇴직·아웃소싱(협력업체 이직) 추가 접수를 받은 결과 생산직 144명이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은 104명, 협력업체로 옮기기로 한 직원은 40명이다.

이는 정부와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자력생존 조건으로 내세운 인건비 75% 감축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회사는 인건비 75%를 감축하기 위해 생산직 근로자 690명 중 500여명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희망퇴직 등 144명 외에 추가로 350여명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STX조선은 이날 “노사확약서 제출의 기준이 되는 인력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법정관리로 결론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이 막바지에 이르러 이제 회사는 불가피하게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직 조직, 인력 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만이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전면파업으로 대응해 왔다. 노조는 “고용만 보장되면 어떤 방안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STX조선 노사는 9일까지 아웃소싱 수용 등을 놓고 최후 교섭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웃소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회사는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TX조선 관계자는 “노조에 아웃소싱 기회를 줬는데 더 이상 진행이 안 된다면 회사는 카드가 없다”며 “채권단과 정부가 (법정관리에) 보내겠다고 했으니 회사는 법정관리 시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먼저 시행해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사태처럼 막판 극적 타결 전망도 나오고 있다.

STX조선 노사가 끝내 자구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또다시 법정관리가 유력하다. 최근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 기류가 단호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진 성동조선이나 노사 합의로 해외 매각을 확정한 금호타이어 처리를 놓고도 “경제 문제에 정치 논리의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4일 “STX조선 문제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조선은 선수금 환급보증(Refund Guarantee) 발급 중단과 진행 중인 계약 파기 등 대외 신용도 추락으로 회생보다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STX조선은 지난달 8일 정부가 발표한 컨설팅 결과에서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나왔다.

STX조선은 2016년 6월에도 법정관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의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으로 가까스로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영 위기는 계속됐다. STX조선은 지난해 11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3958억원에 그치는 등 최근 몇 년간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