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시장 불신 부른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고

입력 2018-04-09 05:00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고는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에 큰 흠집을 남긴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주당 1000원 현금배당을 의결했는데 담당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주당 1000주씩을 지급했다. 발행 주식이 8930만주이고 발행한도가 1억2000만주인데 이날 잘못 배당된 주식은 무려 28억3160만주였다. 직원들 가운데 10여명이 오전 9시30분부터 10시 사이 501만주를 팔아치우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회사가 뒤늦게 배당 오류를 확인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삼성증권 주가는 오전 10시쯤 전날보다 11.68%까지 급락했고 전날에 비해 3.64%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도 2073만여주로, 전날(50만9754주)의 40배가 넘었다. 주가 급락에 놀라 동반 매도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는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계좌에 알 수 없는 주식이 대량 입고되면 의심을 하고 회사에 신고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얼른 내다 팔아 현금화하기에 급급했으니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금융감독 당국과 회사는 이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주식시장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초래했다. 실무 직원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발행 주식의 30배가 넘는 주식을 배당하는 게 가능한 시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증권사가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렇게 지급된 ‘유령 주식’이 유통돼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치명적인 결함이 확인된 것이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전체 증권사의 주식배당 및 내부 통제 시스템 개선 등 재발방지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