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해외 출장 논란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겉으로는 해외 시찰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회의원 직위를 이용해 피감기관들에게 갑질을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깨끗한 척하면서 뒤로는 ‘구태’를 일삼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 출신들의 이중성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원 시절이던 2014∼2015년 피감기관 돈으로 수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보좌관이던 홍일표 현 청와대 정책실 행정관이 동행한 2014년 3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장비는 전액 한국거래소가 부담했다. 2015년 5월에는 9박10일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여비서와 함께 미국·유럽 시찰을 했다. KIEP 해외 시찰 일주일 전에는 2박4일 일정으로 우리은행 중국 충칭 분행 개점행사에도 다녀왔다.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에 도움을 얻기 위해 해외 출장 가는 것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국회 예산이 아닌 피감기관의 돈으로 ‘접대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피감기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피감기관이 추진 중인 현안에 강하게 반대하다가 이들 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누가 봐도 로비성 외유라고 의심하지 않겠는가. 그는 2014년 국정감사에서 공사 직원들이 기업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간 데 대해 ‘명백한 로비나 접대’라며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 또한 중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 김 원장은 2016년에는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사와 대기업 등의 대관 업무 책임자들을 상대로 350만∼600만원대 고액 강좌를 운영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장은 어느 자리보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야당은 김 원장 파면과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1991년에도 국회 상공위 소속 이재근·이돈만 평민당 의원과 박진구 민자당 의원 등 3명이 자동차공업협회 경비로 9박10일 해외 출장에 나섰다가 특가법상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김 원장은 “공적인 목적으로 관련 기관 협조를 얻어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임명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게 아니냐는 민심을 너무 모른다.
[사설]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 다녀온 김기식 금감원장
입력 2018-04-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