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일단 풀었지만… ‘GM 한국철수’ 커지는 위기감

입력 2018-04-07 05:01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6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을 찾아 카허 카젬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백 장관은 한국GM 노조가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는 등 대립이 고조되자 노사 간 대화를 촉구하기 위해 부평공장으로 향했다.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자 전날부터 사장실을 점거하다 백 장관의 중재로 이날 오후 점거 농성을 풀었다. 뉴시스

사측의 성과급 지급 약속 이행요구… 한국GM노조 이틀간 사장실 점거
백운규 장관 면담 후 고비 넘겨… 의견 차 여전 노사 갈등 악화일로


한국GM 노조가 사측의 성과급 지급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이틀간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는 등 사측과 충돌을 빚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면담 뒤 노조가 일단 농성을 풀었으나 회사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비용절감 등 자구안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최악의 경우 GM의 한국시장 철수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지부는 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카허 카젬 사장실에서 이틀째 벌이던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노조 측은 “대화 요청을 거부하는 카젬 사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을 뿐 계획적이지 않았다”며 “사측에 다시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젬 사장은 전날 직원 대상 이메일 공지에서 “자금난으로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2차 성과급(1인당 450만원)을 6일에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임한택 노조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는 전날 오전부터 사장실을 점거했고, 일부 노조원들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사장실의 집기와 화분을 부수기도 했다. 사측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며 수사의뢰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노사 대립이 고조되자 산업부 수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백 장관은 이날 오후 카젬 사장과 노조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원만한 노사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백 장관은 카젬 사장에게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사협상이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며 “사측이 적극적으로 노조를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 관계자들에게도 노사협상의 조기 타결과 함께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백 장관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 장관의 중재로 무단 점거는 일단락됐지만 노조 집행부는 오는 9일부터 부평공장 내 조립사거리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하는 등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인천시 남동구에서 는 한국GM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50대 근로자가 실종 2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결정 이후 한국GM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주 한국을 찾았던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오는 20일까지 정부에 비용절감 등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하면 부도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지난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심각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한국GM의 부도 및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건희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