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유감” 국선변호인 5명 중 2명만 자리지켜
김세윤 부장판사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1시간42분간 판결내용 읽어
6일 오후 2시10분이 되자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밖에 모여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나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휴대전화 화면엔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막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보이콧해 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비어있는 피고인석 옆에 국선변호인인 조현권 강철구 변호사 2명만 자리를 지켰다.
다른 3명의 국선변호인은 생중계에 유감을 표시하며 불참했다. 검찰에선 박 전 대통령 사건 공소유지를 총괄 지휘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비롯해 김창진 특수4부장 등 9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방청객은 20대 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 공화당 총재 모습도 보였다. 재판 초반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준비해온 밀가루를 보안대에 빼앗겼지만 큰 소동으로 번지진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방대한 분량의 선고 요지를 1시간42분 동안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 침이 마르는지 헛기침을 하곤 했지만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김 부장판사는 마지막 주문을 남겨두고서야 잠시 숨을 골랐다. 주문을 읽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 입에서 선고 결과가 나오자 법정엔 수초간 정적이 흘렀다. 김 부장판사가 자리를 뜨자 그제야 하나둘 침묵에서 깨어났다. 다만 최순실씨 선고 때처럼 고성을 지르는 이들은 없었다. 대부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퇴정했다. 강 변호사는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면서도 “1심일 뿐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안과 달리 청사 밖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로 가득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1심 선거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던 지지자들 중 일부는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를 촬영하던 한 기자가 집회 참가자에게 머리를 얻어맞는 일도 있었다. 2500여명(경찰 추산)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외치며 강남역까지 약 1.3㎞를 행진했다. 집회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황인호 손재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텅 빈 피고석… 선고 순간 방청석 수초간 정적
입력 2018-04-06 18:56 수정 2018-04-06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