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정점’ 法의 심판… 박근혜 징역 24년

입력 2018-04-06 18:50 수정 2018-04-06 22:07
김세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부장판사가 6일 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TV 캡처

김세윤 판사 “책임 전가… 반성 안해”
18개 혐의사실 중 16개 유죄 인정
징역 20년 최순실보다 더 무거워
구치소 교도관이 본인에게 결과 전달


6일 오후 3시52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이 선고됐다. 주문이 낭독되는 순간에도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1심 선고 상황이 생중계 됐지만 국민은 TV 화면이 비추는 텅 빈 피고인석만 지켜봤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재판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때 이미 중형을 예상했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고 했지만 그의 재판 거부는 사법 무시 행위이자 반성하지 않는 태도의 극단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전 대통령은 선고 공판이 진행되던 시간에 유영하 변호사와 접견하고 있었다. 교도관이 면회 도중 선고 결과를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국정농단 연루 피고인들 중 가장 무거운 형이 내려졌다. 만 66세인 박 전 대통령에게 90세까지 사회와 격리돼 지내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벌금 180억원이 확정됐는데 미납할 경우 최장 3년의 노역장 유치가 추가된다. 현재 검찰이 파악한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60억원 정도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국정질서가 혼란해졌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졌다”며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방기하고 이를 사인에게 나눠준 피고인과 이를 악용한 최순실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법정에 와서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그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시는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8개 혐의는 지난 정부의 주요 국정농단 범죄가 망라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중 16개 혐의를 유죄로 봤다. 지난 2월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이 선고된 최씨와 공모 관계로 묶인 11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두 사람을 한 재판부가 심리했던 터라 예상됐던 결과다.

핵심 쟁점인 삼성그룹 뇌물수수 부분은 기소된 433억원 중 승마지원금 72억9427만원만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최씨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명시적·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미르·K스포츠재단(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16억2800만원) 지원에 대한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봤다. 뇌물이 아닌 강요의 결과물이란 뜻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지시, 특정 공무원 사직 요구,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 혐의는 모두 유죄 선고가 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징역 24년형은 전직 대통령 중에선 두 번째로 높은 선고형량이다. 12·12 사태 및 5·18 사건, 20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1심 형량보다도 높다. 1996년 8월 서울지법은 전두환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했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검찰이 삼성 뇌물 등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항소할 방침이라 서울고법에서 법정공방 2라운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이가현 기자 blue51@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