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올해 1분기에 15조원대의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성장세가 지속된 데다 갤럭시S9 조기 출시로 스마트폰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영업이익 60조원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6일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의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9.0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97% 상승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69%, 57.58% 늘었다. 이는 시장의 실적 전망치를 넘어서는 것이다. 당초 증권사 등에선 1분기가 가전의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 부진이 겹쳐 영업이익이 15조원에 한참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 15조원 회복 시점도 2분기 이후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의 65.6%를 차지한 반도체 부문 성장세가 해를 넘겨서도 지속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증권사들은 반도체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높아 수익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S9이 출시 시점을 앞당긴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갤럭시S8의 경우 지난해 2분기에 출시된 반면 S9은 이보다 5주 정도 빨리 시장에 나와 IM(정보통신·모바일) 부문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일종의 기저효과인 셈이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이날 1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을 3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2조700억원) 및 직전 분기(2조4200억원) 실적을 크게 웃돈 것이다.
그럼에도 갤럭시S9은 당초 기대만큼 파괴력을 갖추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의 카메라 성능 개선, 이전 모델 교체 주기 등을 감안할 때 4700만대가 팔린 갤럭시S7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갤럭시S7이 출시된 2016년 1분기 성적(3조89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IM 부문의 더딘 회복에도 2분기 이후 실적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및 출하량 증가, 월드컵 등으로 인한 가전 수요 회복 등이 실적 개선의 긍정적 신호가 될 전망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번 실적은 삼성전자 2018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상향 반전 계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LG전자도 8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 LG전자는 이날 매출 15조1283억원, 영업이익 1조1078억원의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35분기 만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가전 판매 호조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갤럭시의 위기’라던데… 삼성전자 또 ‘어닝 서프라이즈’
입력 2018-04-07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