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판결한 1심 선고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나라 전체로 봐도, 한 인생으로 봐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느낌은 다들 달랐을 것”이라며 “그러나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국정농단과 그로 인한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당시에도 “안타깝다. 스스로에게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긴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식일정 없이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참모진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 선고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도 박 전 대통령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는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이 있다’는 일정 보고 수준의 논의만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왔다.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사면권을 국민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사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최대한 반응을 자제했다. 박 전 대통령 비판도 어렵고, 옹호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미 예견됐던 판결”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대신 법원의 재판 생중계를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대신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준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박세환 이종선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靑 “오늘을 잊지 않겠다”… 한국당 “생중계 개탄”
입력 2018-04-0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