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직원 실수로 112조원 규모의 ‘유령주식’을 우리사주에 배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직원은 주식을 매도했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에 10%대까지 하락했다. 금융 당국은 삼성증권이 투자자의 피해를 적극 구제하라고 요청했다.
삼성증권은 6일 “담당 직원이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다”고 밝혔다. 배당금으로 주당 1000원을 입금해야 하는데 주당 1000주를 준 것이다. 우리사주 주식을 10주 갖고 있는 직원은 배당금 1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삼성증권 주식 1만주(전날 종가 기준 3억9800만원)를 받게 됐다. 잘못 배당된 주식은 숫자로만 존재하고 실체가 없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물량이 283만1620주(지난해 말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배당 사고 규모는 112조원에 이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직원이 배당받은 주식을 팔았다는 점이다. 입력 실수로 배당된 28억3162만주 가운데 0.18%가 매도됐다. 이 거래로 501만3000주의 유령주식이 증시를 떠돈 셈이다. 실체가 없는 매도이기 때문에 ‘공매도’로 간주된다. 삼성증권은 이날 주식을 빌리거나 매수하는 방법으로 유령 주식을 모두 회수했다.
배당 사고에 삼성증권 주가는 11.68%까지 급락했다. 변동성완화장치(VI)가 30분간 7번이나 발동됐다. 삼성증권이 유령주식을 거둬들이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전 거래일보다 3.64% 떨어진 3만835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증권 일반 투자자들은 “유령주식을 매도한 일부 직원의 부족한 윤리의식 때문에 주가 급락에 따른 피해를 봤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자 문책 등 삼성증권의 사후 대응을 지켜본 뒤 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별도 소송 없이도 피해보상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삼성증권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잘못 배당된 주식을 판 직원들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점유에서 벗어난 물건을 횡령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삼성증권, 어처구니없는 ‘팻핑거’… 112조 유령주식 소동
입력 2018-04-06 19:43 수정 2018-04-06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