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사제 나눠 맞히기 이대목동병원 뿐일까

입력 2018-04-07 05:03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균에 감염돼 잇따라 사망한 것은 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서 주사하는 분주 관행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대목동병원은 1993년 개원 이후 25년간 이처럼 위험하고 무모한 관행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 문제가 된 주사제는 지질영양제인 ‘스모프리피드’다. 입으로 먹을 수 없는 신생아들에겐 밥이나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감염 관리지침을 어기고 스모프리피드 1병을 여러 신생아들에게 나눠 맞혔다. 그나마 당시에는 환아 1명당 일주일에 2병만 보험 처리해줬기에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1994년부터 환자 1명에게 주사제를 맞히고 남은 분량까지도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으로 행정 지침을 바꿨다. 그런데도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분주 관행을 계속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도록 허가된 상급종합병원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의 하나라는 뜻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이 병원의 감염 예방·관리 시스템은 한심한 수준이다. 분주했을 경우 감염 위험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간호사들은 멸균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분주 주사기를 6∼8시간이나 상온에 방치해 시트로박터균이 증식하게 했다.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3명과 전공의 모두 스모프리피드의 설명서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교수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를 신청할 때는 1명당 주사제 1병을 맞힌 것처럼 과다 청구해 사기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의료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일부 대형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주사제 나눠 맞히기 관행이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관행을 근절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황을 우선 철저히 파악하는 한편 분주 관행을 지속하는 병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