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중 관세폭탄 규모 1500억 달러로 3배 껑충
중 “미, 부과 명단 발표 땐 즉시 보복 조치할 것” 경고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하루 만에 다시 불을 뿜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해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중국이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대신 미국의 농민들과 제조업자들에게 손해를 가하고 있다”며 “중국의 부당한 보복에 맞서 나는 USTR에 1000억 달러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30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이로써 미국의 관세폭탄 규모는 당초 5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3배 껑충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에서 밝힌 대로 다분히 감정적인 조치이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대응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 참모들이 일제히 협상 의지를 내비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더 많은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증진시키고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는 취임 후 각종 보호무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 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무역 적자는 576억 달러(약 61조3000억원)를 기록해 전년도 같은 기간(444억 달러)에 비해 29.7% 증가했다. 2008년 10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부각시키면서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적자는 대부분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중국의 추가 보복을 부를 가능성이 많아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공포를 초래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6일 성명을 내고 “무역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국이 추가 관세부과 명단을 발표하면 즉시 보복하겠다. 미국이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지속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대결할 것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력히 반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왕이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무역 제재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미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며 맹비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삽화=전진이 기자
美 “1천억 달러 추가 관세” 中 “상대 잘못 골라”… 다시 전쟁
입력 2018-04-06 19:06 수정 2018-04-06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