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희호 여사 경호, 경찰에 맡기는 게 순리

입력 2018-04-07 05:05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의결되지 않아 본회의 상정이 안 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경호처에 계속 경호를 지시한 게 논란을 더 키웠다. 문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방식이란 비판은 물론 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권한남용이라는 시비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법제처에 문의할 일을 문 대통령이 지시하면서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도 독립성을 의심받게 됐다.

경호처는 지난해 10월 경호기간을 5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제출했고, 국회 운영위는 지난달 22일에야 이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여사의 경호기간은 같은 달 24일 끝났고, 5일 뒤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경호기간이 만료된 점 때문에 제동이 걸려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예우에 문제가 없도록 제때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정치권이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종료일은 2003년 2월 24일이어서 경호처 경호기간은 2010년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때 박지원 의원 주도로 경호기간은 10년이 됐다. 박 의원은 3년 뒤 다시 경호만기일을 5년 추가해 총 15년이 되도록 했으며, 이번에 다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모든 전직 대통령 부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라지만 ‘위인설법(爲人設法)’이란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현재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부부와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는 경호처 경호기간 15년이 끝나 경찰경호를 받고 있다. 이 여사 경호를 꼭 경호처가 맡아야만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호의 형평에 문제가 있는데 대통령까지 나서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이 전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