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리그까지 내려갔던 ‘파란만장’ 김효기, 8년만에 햇살

입력 2018-04-07 05:05
경남 FC의 공격수 김효기가 지난달 17일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8 K리그1 3라운드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김효기는 전반 추가시간에 K리그 데뷔 8년 만에 첫 1부 리그 골을 터뜨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명문팀 데뷔 후 출전기회 못잡아
화성 FC서 김종부 감독과 인연… 올 시즌 앞두고 경남 이적 맹활약


지난달 17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경남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2018 시즌 K리그1(1부 리그) 3라운드 경기(경남 3대 1 승). 전반 추가시간에 경남 공격수 김효기(32)는 팀 동료 김신이 오른쪽에서 패스를 찔러 주자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슈팅을 하며 중심을 잃어 그라운드에 뒹굴었던 김효기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겐 평범한 골이 아니었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터뜨린 1부 리그 골이었다.

김효기는 지난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골이 들어간 걸 확인한 순간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구보다 기뻐했을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기뻐 골 세리머니를 할 생각도 못했죠.” 그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착실하게 훈련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친다고 했다. 지난 1일엔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4라운드 경기에서도 후반 34분 쐐기골을 넣어 팀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김효기는 2010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명문구단에서 신인이었던 그가 출전 기회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해 8월 22일 열린 성남 일화(현 성남 FC)와의 경기에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다. 그는 그 경기 이후 거의 1년 동안 벤치만 지켰다.

2011년 미치도록 뛰고 싶었던 김효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실업축구의 강자 울산 미포조선을 이끌던 조민국 감독이 울산에 김효기의 임대를 요청한 것이다. 김효기는 미포조선에서 후반기 12경기에 나서 7골 2도움을 기록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려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김효기는 울산으로 복귀해 2012 시즌을 맞았지만 4경기 출장에 그쳤고,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막막했던 그는 병역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신체검사에서 4급을 받아 공익근무를 해야 했던 그는 낮엔 노인과 장애인을 간호하는 곳에서 일하며 저녁엔 K3(당시 챌린저스리그)의 화성 FC에서 뛰었다.

김효기는 화성에서 현 경남 사령탑인 김종부 감독과 함께한 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화성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습니다. 김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고 기특하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화성이 창단 2년 만에 K3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기뻤어요.”

병역을 마친 김효기는 울산에 복귀했지만 ‘윤정환 체제’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는 결국 2015년 여름 2부 리그 FC 안양으로 임대됐다. 안양에서 15경기에 출전해 8골 2도움을 기록한 그는 2016년 2월 1부 리그의 절대 강자 전북 현대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호화 스쿼드를 자랑하는 전북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는 반년 만에 전북 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안양으로 돌아갔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그는 안양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며 46경기에 나서 9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1부 리그 승격에 성공한 경남의 김 감독은 김효기를 불렀다. 지난 1월 5일 경남으로 이적한 김효기는 독기를 품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7일 오후 4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리는 대구 FC와의 홈경기에서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이라고 치부되는 K3 리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부 리그로 올라온 김효기는 마음가짐이 신인 같다. “팀이 개막 후 4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를 몇 개 올리겠다는 그런 목표는 없어요. 목표가 있다면 꾸준히 많은 경기에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쳐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것입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