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샷부터 무려 다섯 번이나 공을 그린 앞의 연못에 빠뜨려 13타 만에 홀 아웃…
최종 9오버파 역대 15번홀 최악 스코어 기록
스피스 단독 1위… 우즈 공동 30위
마스터스 ‘디펜딩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38·스페인)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1라운드에 나서 한 홀에서 무려 8타를 잃는 옥튜플 보기를 저지른 것이다.
가르시아가 이름도 생소한 옥튜플 보기라는 참사를 당한 상황은 이렇다. 530야드로 세팅된 파5의 15번홀. 가르시아의 티샷은 322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핀까지는 거리는 206야드였다. 가르시아가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앞에 있는 연못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89야드 지점에서 공을 드롭한 가르시아는 네 번째 샷을 날렸는데, 공이 또 연못으로 들어갔다. 1벌타를 받고 다시 친 6번째 샷도 연못행이었고, 또 다시 1벌타를 받고 친 8번째 샷도 연못을 피하지 못했다. 1벌타를 다시 받고 친 10번째 샷은 또 연못으로 퐁당 빠지고 말았다. 공은 모두 그린에 올라갔지만 이상하게 계속 굴러 물에 들어갔다. 다시 1벌타를 받고 12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가르시아는 13타 만에 홀 아웃하면서 옥튜플 보기를 기록했다. 가르시아는 이날 15번홀에서만 무려 5번이나 공을 연못에 빠뜨렸다.
14번 홀까지 2오버파였던 가르시아의 스코어는 10오버파로 치솟았다. 가르시아는 16번홀(파3)에서 버디, 17번홀과 18번홀(이상 파4)을 파로 막아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 옥튜플 보기 1개로 9오버파를 기록했다. 87명 중 85위로 추락한 가르시아는 이제 컷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가르시아의 옥튜플 보기는 영화 ‘틴컵’을 떠올리게 한다”고 논평했다. 1996년 개봉한 ‘틴컵’에서 주인공 로이 매커보이는 US오픈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공이 자꾸 그린에서 굴러 떨어져 연못에 빠지는 바람에 12타를 기록하며 우승을 놓쳤다.
가르시아가 기록한 13타는 마스터스 15번홀에서 나온 최악의 스코어다. 앞서 점보 오자키(1987년), 벤 크렌쇼(1998년), 이그나시오 가리보(1999년)가 이 홀에서 나란히 11타를 기록한 바 있다. 또 13타는 마스터스 한 홀 최다 타수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1980년 톰 웨이스코프는 12번홀(파3)에서, 1978년 토미 나카지마는 13번홀(파5)에서 각각 13타를 적어냈다.
가르시아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하며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풀고 ‘그린 재킷’을 입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최악의 날을 맞았다. 가르시아는 1라운드를 마친 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는 좋은 샷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행히도 공이 멈추지 않았다. 왜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3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2위인 토니 피나우(미국), 맷 쿠처(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타이거 우즈는 첫날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기록해 1오버파 73타로 공동 30위에 자리를 잡았다. 재미교포 아마추어 덕 김은 이글 2개와 버디 1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공동 21위)를 쳤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악몽의 ‘옥튜플 보기’에 빠진 디펜딩 챔프 가르시아
입력 2018-04-06 18:41 수정 2018-04-0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