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 추경 뜯어보니… 시급한 구직자 지원은 무일푼

입력 2018-04-07 05:05

중소·중견기업·창업 지원… 정책 쏠림현상 매년 단골로
“구직자 고통 외면” 비판… 모든 청년에 혜택 돌아가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며 내놓은 청년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일부만을 지원하는데 쏠려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직한 청년과 창업자에게 지원이 집중되고, 정작 도움이 시급한 청년구직자를 위한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자리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청년층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6일 국회에 제출한 청년일자리 추경안은 중소·중견기업 취업·재직자와 창업하려는 일부 청년을 위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인 ‘청년내일채움공제(3년형)’와 ‘내일채움공제(5년형)’가 대표적이다. 두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에 신규 취업하거나 재직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3년형 가입자는 정부로부터 3년간 2400만원을, 5년형 가입자는 5년간 1080만원을 지원받는다.

다른 주요 사업도 마찬가지다. 청년을 1∼3명 새로 뽑을 때마다 기업에 신규 채용자 1인당 연간 9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최대 5년간 소득세를 100% 감면하는 세제혜택, 청년 주거비 지원 등은 모두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표적지로 삼고 있다.

추경안의 또 다른 축은 창업지원이다. 기술혁신형 창업팀 1500개를 선정해 최대 1억원의 오픈바우처를 지원하고 생활혁신형 창업팀 3000개에 최대 2000만원의 성공불융자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그것이다. 민간 투자회사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매칭하는 TIPS 프로그램도 확대됐다.

반면 정부 지원이 절실한 청년구직자를 위한 정책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근로장려세제(EITC) 적용범위를 청년 단독가구까지 확대했지만, 이미 근로를 하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직장 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4차 산업혁명 분야 인력양성 교육, 대기업 수준의 직무교육 등이 추경안에 포함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체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가 청년의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유인하고 창업을 지원하느라 정작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고통을 소홀하게 다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설문조사한 결과,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 마련’(26.6%)이었다. 취업준비생 1인당 매월 구직에 들이는 비용은 45만3000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책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소·중견기업과 창업지원책은 매년 일자리·산업 정책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이번 추경안에서 제시한 정책의 대부분도 기존 정책의 ‘확장판’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고용증대세제 등은 이미 있던 정책의 지원 범위, 혜택 수준을 높인 게 전부다. 2016년부터 실시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는 기존 사업을 그대로 둔 채 2개 유형을 추가하면서 모두 4개 유형이 난립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미스매치라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취업성공패키지 등을 통해 구직청년을 위한 사업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