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4회 재판 진행” 밝히자 박 전 대통령 측 강하게 반발
“대통령님께 경례” 등 소란… 지지자 16명 퇴정 당하기도
구속 연장되자 朴 출석 거부… 유영하 등 변호인 전원 사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지난해 4월 17일 이후 1심 재판부가 풀어야 했던 과제는 12만 페이지가 넘는 사건 기록만이 아니었다. 촉박했던 심리 기간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정 소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보여준 ‘재판 보이콧’ 행위도 감수해야 했다.
가장 먼저 제기된 변수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었다. 그의 1차 구속 만료일은 지난해 10월 17일이었고, 재판부는 이때까지 심리를 끝낼 계획이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고 공범으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최씨 재판에 나왔던 증인들의 증언을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한다면 심리 기간도 단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열린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매주 4회가량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박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방대한 기록을 검토해 변론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가 “증인신문 예정 인원이 100명 이상이라 주 4회 재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상철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이전에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며 “주 4회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재판일자 논란은 구치소 야간 접견 허가 등 재판부가 방어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면서 일단 수그러들었다.
법정을 찾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갖가지 반응을 보였다. 약 100석 규모의 방청석을 가득 메운 이들은 변호인단의 발언이 끝나면 박수를 치거나 “맞습니다”라고 소리를 쳤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드나들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단체로 “대통령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곤 했다.
재판부는 재판마다 “소란 행위를 일으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지지자들의 행동은 점점 거세졌다. “대통령님께 경례” “내가 대통령의 딸이다”라고 소리치는 사람까지 나오자 재판부는 결국 퇴정 카드를 꺼냈다. 모두 16명이 소란 행위로 퇴정 당했다. 지난해 8월엔 한 지지자가 검사석을 향해 “(검사를) 총살시키겠다”고 소리쳐 감치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진행되던 재판은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이 연장되면서 급변했다.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던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연장 3일 뒤 법정에서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없다”고 공개 비난했고 이후 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영하 변호사 등 사선 변호인단도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는 국선변호인단을 선임해 심리를 재개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단의 접견 신청마저 거부했다. 국선변호인단은 결국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채 기록만 보고 변론했다. 이들 중 한 명인 박승길 변호사는 지난 2월 결심공판에서 울먹이며 “대통령으로서 사익을 취하지 않은 점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양민철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기간 촉박·법정 소란·박근혜 보이콧… 곡절 많았던 1심
입력 2018-04-06 19:20 수정 2018-04-06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