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종진] 왜곡된 日 학습지도요령

입력 2018-04-07 05:05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30일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10년 만에 개정 고시했다. 학습지도요령은 교육과정의 기준으로서 교과서검정과 역사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부터 적용되는 신(新)학습지도요령은 이전 것과 비교할 때 변화의 폭이 크다. 전체 분량이 약 2배 증가해 교과목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공공 정신, 전통과 문화 존중, 나라와 향토 사랑 등의 교육목표를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또 근현대사 중심의 ‘역사 총합’과 영토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지리 총합’, 주권자 교육을 위한 ‘공공’ 등의 필수 과목을 신설했다.

신학습지도요령에는 국제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한 ‘다면적·다각적 고찰’을 내세우며 일방적인 영토교육과 역사교육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명기되고 식민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 것은 문제다. 2008년 개정된 학습지도요령 ‘해설’의 중학교 지리 과목에 독도가 처음 명기된 이래 10년 만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초·중·고 학습지도요령에 그것도 지리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회과 과목에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왜곡된 내용이 명기된 것이다. 교과서 발행자는 검정통과를 위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기술한 교과서를 제작하게 되고, 학생들은 왜곡된 내용을 초·중·고에서 반복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부당한 영유권 주장 외에도 ‘특정 사항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일면적인 견해를 충분한 배려 없이 다루는 등의 편향된 취급’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일본의 근대화와 러·일 전쟁의 결과가 아시아 여러 민족의 독립과 근대화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들 내용을 근거로 교과서에 학설보다 정부 방침을 우선시하여 기술하도록 하거나 독도로부터 시작된 한반도 침탈 역사를 왜곡하는 기술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습지도요령은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보수우익세력의 바람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회복을 바라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교육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된 결과물의 하나다. 과거사를 반성하는 것을 ‘자학사관’이라고 공격하는 세력이 결집해 ‘근대화’에 성공한 메이지(明治) 일본의 어두운 그늘을 은폐하려는 역사관을 본격적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자국중심적인 역사인식을 묵인하고 수정주의적인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세력보다 수용하는 세력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패전 이후 73년이 지난 지금의 일본사회는 ‘전후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선거법 개정으로 만18세의 고교생도 선거권을 갖게 됐다. 한·일 간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서 역사교육에 관심을 갖고 정부와 학계, 시민들 간에 다양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한 때다. 올해 일본에선 메이지유신 150년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동시에 1998년 ‘한·일 공동선언’ 20년을 맞이하는 해라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한다. 당시 합의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는 과거사를 직시하고 미래와 연관되어 있는 보편적 가치로서 과거사 문제에 접근하고 폭넓게 논의하고 교류하자는 것이었고 이후에 신뢰관계가 깊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서종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