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동선은 당일까지 비공개… 걸어서 MDL 넘으면 가장 상징적
차로 오면 가건물 좌우 통로 유력… 경호 예민한 北, 제3의 길 관측도
남북이 5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열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남 일정과 동선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측 지역으로 온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MDL을 넘는 것은 1953년 7월 6·25 전쟁 정전 이후 65년 만이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회담 당일까지 극비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예상 경로 중 상징성이 가장 큰 곳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가건물인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장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장 사이에 난 자갈길이다. 길 폭이 좁고 야트막한 콘크리트 요철도 있어 차량 이동이 안 된다. 김 위원장이 이 길로 온다면 차에서 내려 걸어서 직접 MDL을 건너야 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MDL을 밟고 오는 장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곳에서 회담장인 평화의집까지는 약 600m 떨어져 있다. 김 위원장이 MDL을 넘은 직후 다시 차량을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할 때 걸어서 MDL을 넘었다. 당시 경의선 도로 위에 별도의 MDL 표시선이 없어 청와대 관계자들이 노란색 경계선을 급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상징성을 감안해 노 전 대통령처럼 걸어서 MDL을 넘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 탄 채 MDL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SA에는 미군도 경비를 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의 경호를 각별히 여기는 북한 당국이 미군이 있는 JSA에 김 위원장을 무방비 상태로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 통행 경로는 우선 판문점 내 가건물 좌우로 난 길이 있다. 북한 병사 오청성이 지난해 11월 귀순할 당시 달려서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온 길이다. 2000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당시에도 소를 실은 트럭이 이곳을 지났다. 동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제3의 길을 뚫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판문점 주변에 차량 통행로를 여러 개 만들어둔 뒤 회담 당일 그중 하나를 임의로 고르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최첨단 방탄 기능이 적용된 벤츠 리무진을 전용차로 이용한다. 지난달 김 위원장 방중 당시 북한 당국은 벤츠 차량을 기차에 실어 베이징으로 운반한 바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방탄차량은 의전을 넘어 경호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 진입하려면 먼저 북한과 JSA의 경계인 사천강을 건너야 한다. 도강 경로는 북측 지역에 놓인 ‘72시간 다리’가 유력하다. 1976년 도끼만행 사건 때 우리 측이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폐쇄하자 북한군이 사흘 만에 건설한 다리다. 김 위원장이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평화의집 뒤편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1953년에 지은 낡은 다리인 데다 콘크리트로 막혀 있는 상태여서 이곳을 이용할 가능성은 없다. 김 위원장의 안전을 고려해 북한군이 아예 새 다리를 놓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김 위원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창선의 직함은 ‘국무위원회 부장’으로 공식 확인됐다. 북한은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 수석대표로 김창선을 지목하며 그를 국무위 부장으로 호칭했다. 실무회담에는 북한에서 건설 분야를 담당하는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도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걸어서? 車로?… 김정은, 군사분계선 어떻게 넘을까
입력 2018-04-0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