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진핑 단순 일정도 보도
전통적 혈맹 관계 부각시켜제재에 지친 주민 안심시키고 비핵화 협상 우위 선점 의도
7년간 껄끄러웠던 감정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
金 방중 과정 ‘주도권’ 신경전
북한이 중국과의 신밀월 관계를 적극 과시하고 있다. 북·중 혈맹 복원을 부각함으로써 경제난에 지친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5월 북·미 정상회담 전 우호 세력과 밀착해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낸 답전을 1면에 실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시 주석의 재선임을 축하하며 보낸 축전에 대한 답이다. 시 주석은 “나는 중·조(중·북)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며 당신과 함께 전통적인 중·조 친선을 계승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축전 발신일자는 지난달 23일로 돼 있다. 북한은 이를 곧바로 공개하지 않고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것이다. 신문은 이날 이례적으로 시 주석의 단순 동향과 함께 양국 옛 지도자들의 우애를 담은 기사도 내보냈다.
중국에서도 북·중 해빙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일 옌볜자치주 허룽시로 북한 여성 근로자 400여명이 파견되는 장면이 포착된 데 이어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업주 명의를 중국인으로 바꾸고 적극적인 손님맞이에 나선 정황도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올해 초 유엔 회원국 내 북한 노동자 전원을 24개월 안에 송환토록 한 안보리 제재 결의(2397호)에 따라 북한 기업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북·중 접경의 북한 식당 상당수가 문을 닫았는데 김 위원장 방중 이후 일부 식당이 명의를 바꿔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대북 소식통들은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서서히 풀어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집권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해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복원한 만큼 이를 선전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주민들에게 북·중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주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을 견제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실제 예술단 방북 공연 때 공개된 평양시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뜻을 이어받자’는 선전 문구가 내걸렸다. 북한은 최근 가열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고 있다.
다만 북·중 간 지난 7년의 껄끄러웠던 감정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일단 손은 잡고 본 것이다. 양국 간 미묘한 주도권 다툼도 엿보인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그의 중국 방문을 요청했고, 북측에선 답을 주지 않다가 지난달 급작스레 방중을 통보하면서 회담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줘 감사하다’고 말한 것은 언뜻 보면 예의바른 인사 같지만 속뜻은 ‘우리가 갈 필요가 있어서 갔지 오라고 해서 간 게 아니다’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경제난 숨통·비핵화 우군… 北의 ‘中 활용법’
입력 2018-04-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