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中 공장, 무역전쟁 직격탄 피했지만…

입력 2018-04-06 05:04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뉴시스

일단 메모리는 포함 안돼
中 완제품 수출 감소로 반도체 수요가 줄거나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 땐 타격 예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은 피했다. 하지만 중국 완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감소로 인한 반도체 수요 감소, 미·중 간 물밑 협상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 등 불안 요소는 잠재해 있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통상법 301조에 따라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중국산 품목 1333개에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D램 메모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서 생산하는 D램 메모리는 미국 수출 시 관세 폭탄을 맞지 않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중국 생산 물량이 미국의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안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물량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의 22% 정도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역시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생산량 중 절반 정도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이들 반도체는 중국에서 상당량이 소비되지만 수급 상황에 따라 미국, 대만 등으로도 수출된다.

반면 중국 전자제품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중간재로 쓰이는 국내 반도체 수요 감소 가능성은 남아 있다. 중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TV 등 전자제품이 제재 품목에 포함돼 중국산 TV의 미국 수출이 줄 경우 반도체 수요 역시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자업체가 국내 업계에 제품 가격 인하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 언론은 지난해 말 중국 경제 분야 규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스마트폰 메모리칩 가격 인상 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도록 합의할 경우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확대키로 하고, 미국이 반도체 가동률을 100%까지 올릴 경우 한국은 최대 40억 달러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업계에선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술 수준이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고 하는 낸드플래시의 경우에도 한국의 생산 능력이 월등해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길 오주환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