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즐겨 찾는 필리핀의 인기 휴양지 보라카이(사진)가 26일부터 6개월간 전면 폐쇄된다.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보라카이 임시 폐쇄안을 승인했다. 그간 관광객들이 훼손한 환경을 폐쇄기간에 복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보라카이는 최근 수년간 관광객이 빠르게 늘었다. 2013년 태풍 하이옌이 덮쳐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이후 회복세로 접어들어 2016년 17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00만2000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보라카이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5만7000명으로 1위 국적자인 중국인(37만5000명)과 엇비슷했다. 세 번째로 많은 대만인이 4만1000명 정도다.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스레 환경도 많이 오염됐다. 지난 2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라카이에 하수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를 ‘오물 구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주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관광수입에 의존해 온 자영업자들이 정부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교민들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 교민은 1000여명으로 주로 관광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 6개월간 섬이 폐쇄되면 상인들은 수익도 없이 건물 임대료와 전기·수도세 등을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는 휴업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사는 폐쇄기간 보라카이 여행상품 예약자들에게 상품을 전액 환불하거나 여행지를 변경해주기로 했다. 별도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필리핀항공은 오는 19일부터 10월 27일까지 인천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칼리보 노선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해당 기간 항공권을 가진 고객은 구매처에서 환불이나 노선 변경을 할 수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겨울이 성수기라 타격이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은 편”이라며 “필리핀 정부도 일부러 성수기를 피해 폐쇄기간을 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인기 휴양섬 보라카이 환경오염에 6개월 폐쇄
입력 2018-04-05 19:04 수정 2018-04-05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