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해외학자 보이콧 강행 땐 ‘AI 전투’ 연구 취소”

입력 2018-04-06 05:05

‘AI 기반 지휘결심지원체계’ 실질적 장교 역할 문제될 소지
“공격 아닌 수비 전투 연구여서 문제 되지 않는다고 봐”


‘킬러 로봇’ 개발 논란에 휘말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과제 중 인공지능을 전투에 투입하는 내용이 있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AIST는 해외 학자들이 보이콧을 강행할 경우 문제가 된 연구 과제를 수정하거나 아예 취소할 방침이다.

KAIST는 5일 낸 해명 자료에서 국방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의 설립 목표를 설명하며 방위산업 관련 물류시스템, 무인항법, 지능형 항공훈련 시스템 3가지만을 언급했다. 지난 2월 센터를 개소하면서 선정한 4개 과제 중 ‘인공지능 기반 지휘결심지원체계’는 빠졌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가장 큰 연구 과제를 감춘 셈이다. 인공지능 기반 지휘결심지원체계란 쉽게 말해 전투에서 장교가 하는 역할을 인공지능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부대 이동이나 장비 선택 등 장교가 결정하는 사안을 인공지능이 대신 판단해 지시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전투에 직접적으로 인공지능을 투입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많다.

김정호 센터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들도 현장에서는 초급이지 않느냐. 이런 부분을 돕겠다는 것”이라며 “공격 전투가 아닌 수비 전투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방산업체 한화시스템과 KAIST가 지난 2월 20일 공동 설립한 국방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는 인공지능과 국방을 접목한 국내 최초 민간 연구센터다.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센터의 핵심 목표는 국방 분야의 효율성 개선이다. 출산율이 떨어짐에 따라 국방 인력 공백이 예상되자 인공지능을 활용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무기 개발에 나서자 이 분야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조바심도 반영됐다.

하지만 설립 직후 직·간접적으로 군비 경쟁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화가 집속탄 등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해온 것도 한몫했다. 토비 월시 미국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 등 해외 석학 50여명이 KAIST와의 모든 협력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데도 이런 우려와 비판이 작용했다. 김 센터장은 “월시 교수 등이 KAIST의 해명을 받은 후 아직 입장을 정리해주지 않았다”며 “보이콧을 강행하겠다고 나오면 문제가 된 연구 과제를 수정하거나 아예 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