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카드 흔든 美·中 “이젠 협상의 시간”

입력 2018-04-05 19:10

“불공정 무역관행 중단”… 미, 중 압박 속 대화 의지
중 “보복 관세” 외치면서 미국과 협상 여지 남겨
입장 차 커 낙관은 불투명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일보 직전에 서로 타협 의지를 내비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관세폭탄이 터지는 걸 막기 위한 협상 가능성을 미·중 양측이 모두 제기하면서 대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의 관세 대치가 고도의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무역전쟁은 결코 아니다”며 “지금은 제안(고율 관세 부과 방침 발표) 단계이며 궁극적으로는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가 철회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커들로 위원장은 “나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관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폭탄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500억 달러(54조원) 규모의 고율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했지만 다분히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염려를 이해하지만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져올 피해와 부작용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CNBC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미·중 무역전쟁이 3차대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 전쟁도 결국 협상으로 마무리된다”고 말해 협상에 의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지금은 검토 기간으로, 관세 부과가 발효돼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두어 달 걸릴 것”이라며 “우리에게 최상의 협상가들이 있어 매우 행운”이라고 말해 협상 쪽에 무게를 뒀다. 샌더스 대변인은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관세 효력이 발휘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국이 수십년간 자행해 온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중단하는 쪽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며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공화당의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무역전쟁을 염려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맞보복으로 가기 전에 중단돼야 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 상태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대화 의사를 밝혔다. 미국산 대두(콩)와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동시에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온 만큼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주 부부장은 “관세 부과 리스트만 발표됐을 뿐 아직 효력은 발휘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해 협상 여지를 뒀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협상 전망은 아직은 불투명하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1000억 달러(약 108조원)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 부부장은 “협상의 전제는 상호 존중”이라며 “만약 미국이 독단적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은 절대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