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닥벤처펀드, 제2의 IT 거품 되지 말아야

입력 2018-04-06 05:05
문재인정부는 대기업보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의 대기업 중심 정책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는 데다 가계의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주축으로 삼는다는 국정 철학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대책의 하나가 5일부터 출시된 코스닥벤처투자펀드다. 펀드 재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는 공모주 우선 배정과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중·삼중 그물망 규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린 데다 가상화폐 열풍도 주춤한 상황이어서 시중 부동자금이 몰릴 수도 있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신생 기업에겐 젖줄과도 같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사업성이 우수하더라도 리스크 때문에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은 이자비용을 낮출뿐더러 직접 자금조달 시장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벤처기업 투자는 리스크가 크고 집단 부실화될 경우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초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을 등에 업고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통해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코스닥시장은 물론 비상장주식까지 ‘엔젤투자’에 나섰다. 2003년 벤처 거품이 꺼진 뒤 규제는 다시 강화됐다. 규제는 양면성이 있다. 규제를 풀면 기업은 손쉽게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잘못될 경우 ‘쪽박’을 찰 수도 있다.

정부는 과거 벤처 육성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1072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산업 자금줄로 흘러들도록 유인하되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