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라질 위기 ‘도시공원’ 지키기 나섰다

입력 2018-04-06 05:05

2020년부터 ‘일몰제’ 시행
여의도 면적 33배 규모가 소유자 뜻대로 개발 가능해져
시, 지방채 1조2902억 발행… 사유지 2.33㎢ 매입해 보존
‘자연공원구역’ 지정도 추진


서울시가 2020년부터 사라질 위기에 놓인 여의도 33배 면적의 도시공원 지키기에 나선다. 서울을 포함 전국적으로 개발이 가능해지는 도시공원 면적은 433.4㎢(여의도의 149배)에 달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마땅한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5일 발표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지자체가 공원이나 도로, 학교 등 공공에 필요한 시설을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해놓고도 20년 동안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곳을 말한다. 대부분 등산로나 약수터 등으로 활용이 돼 왔지만 1999년 지자체가 해당 토지를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소유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도시공원 실효제(일몰제)’가 도입됐다. 2020년 7월 1일부터 서울시내에만 116개 도시공원, 95.6㎢가 도시계획결정 효력이 상실된다.

매일 저녁 산책하던 동네 산책로나 약수터에 어느 날 갑자기 ‘사유지 내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놓이고 개발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용복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기자설명회에서 “도시공원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프라인 만큼 공원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먼저 지방채 1조2902억원을 발행하는 등 총 1조6062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사유지 공원 2.33㎢를 매입, 공원으로 보존한다. 하지만 전체 사유지 보상에는 13조7122억원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서울시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서울시는 국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토지매입과 동시에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도 추진한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실효제가 시행되는 2020년이 지나도 공원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주가 받던 재산세 50% 감면 혜택이 사라져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기존 도시계획시설에서 받던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이나 대구, 광주 등 다른 지자체들은 도시공원 일부 토지의 개발을 용인하는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면적의 30%에는 수익 시설을 짓고 70%에는 공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는 70%라도 공원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수익시설에 아파트가 포함되자 반대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조민정 팀장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보니 의회나 지자체장이 예산 배정하는데 주저하는 상황”이라며 “국고보조가 함께 이뤄져 서울시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