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불리해지자 흥남→거제 피란민 1만4000여명 태워와
방한 소식 들은 文 대통령 “스미스씨 같은 분 없었다면 내 부모님도 거제 못 왔고 나도 없었을 것” 감사 전해
6·25전쟁 흥남철수작전 당시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남쪽으로 내려온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원이었던 미국인 벌리 스미스(89)씨가 5일 한국을 방문했다.
스미스씨는 이날 오전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다. 부인, 딸과 함께 한국에 온 스미스씨는 1박2일간 머문다. 6일엔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있는 흥남철수작전 기념비를 찾을 예정이다.
스미스씨는 이번 방한을 앞두고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이 한국에 들른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보낸 답장에서 “귀하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짧은 일정에도 나의 고향 거제도를 방문해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념관을 보신다니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이어 “스미스씨를 비롯해 씨맨십(seamanship·항해술)을 가진 훌륭한 선원들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님이 거제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마음 같아서는 스미스씨를 직접 부산에서 맞이하고 싶지만 일정이 허락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며 “국가보훈처 국장이 귀하와 일행 분들을 맞도록 하고 일정이 허락하면 오찬을 대접하고 거제에서 흥남철수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다”고 썼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유엔군 6·25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에 준해 스미스씨 일행의 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중공군 개입으로 전황이 불리해진 미군과 한국군이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피란민을 태우고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거제까지 철수한 작전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군수물자 25만t을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부모님도 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 중 생존자는 스미스씨를 포함해 3명이다. 이 중 1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루니씨는 지난해 6월 방미 중이던 문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흥남철수’ 생존 선원 68년 만에 방한
입력 2018-04-05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