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8강 1차전… 리버풀 vs 맨시티 가공할 위력 선보이며 3대0 완승… 클롭 “좀 더 잘 했어야” 불만도
2015년 리버풀 사령탑 맡은 뒤 게겐프레싱 한단계 업그레이드
과르디올라 감독과 맞대결서 7승1무5패로 한 걸음 앞서 나가
5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이상 잉글랜드)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 이 경기는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온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호셉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클롭 감독의 3대 0 완승이었다. 클롭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을 상대로 휘두른 무기는 역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게겐프레싱’이었다. 잉글랜드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게겐프레싱은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
게겐프레싱은 독일어 Gegen(대항)과 영어 Pressing(압박)을 합성한 용어다. 전술의 특징은 공격 때 볼을 빼앗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상대 선수를 압박해 볼을 빼앗은 뒤 다시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리버풀은 경기 초반부터 게겐프레싱으로 맨시티를 몰아붙여 전반에만 3골(12분 모하메드 살라·20분 알렉스 옥슬레이드 채임벌린·31분 사디오 마네)을 기록했다. 리버풀은 3-0으로 앞선 후반엔 전방 압박 대신 내려서 지키는 후방 압박 전술로 맨시티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리버풀이 후반 수비에 치중한 이유는 3-0으로 앞서 있는 데다 팀의 주포인 살라가 후반 8분 사타구니 통증으로 교체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클롭 감독은 리그의 절대 강자 맨시티를 상대로 예상을 넘어서는 완승을 거뒀음에도 “후반전에 우리가 조금 더 잘했어야 했다. 맨시티가 많은 찬스를 만들지 못했지만, 우리도 우리의 축구를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만큼 클롭 감독은 승부사적 기질이 남다르다.
클롭 감독은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사령탑 시절 게겐프레싱을 앞세워 리그 2회 연속 우승(2010-2011·2011-2012 시즌)과 UCL 준우승(2012-2013 시즌)을 차지했다. 당시 그는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25∼30m로 유지하며 전방 압박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라인을 높이 형성했을 때 탈압박에 강한 팀을 만나면 뒷공간을 허용해 대패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클롭 감독은 2015년 10월 리버풀 사령탑에 오른 뒤 게겐프레싱을 업그레이드했다. 공격 때 4백 수비라인의 오버래핑을 자제시키는 대신 3선부터 1선까지의 선수들만 전방 압박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예전의 게겐프레싱이 여러 선수들이 볼을 소유한 상대 선수를 둘러싸며 압박해 볼을 빼앗은 형태였다면 최근의 게겐프레싱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패스 길목을 주로 차단하며 압박을 가해 패스 미스를 유도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이번 시즌 EPL에서 독보적인 선두(승점 67)를 달리며 88득점(1위)을 기록 중인 맨시티는 3위(승점 40)인 리버풀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1개도 날리지 못했다. 맨시티가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2016년 10월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컵 8강전 이후 526일 만이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EPL에서 27승 3무 1패를 기록 중인데, 유일한 1패를 지난 1월 15일 치른 리버풀전에서 당했다.
클롭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전술 혁명가로 통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천적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날 승리로 클롭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7승 1무 5패를 기록하며 한 걸음 더 앞서 나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맨시티 꺾은 리버풀… ‘게겐프레싱’의 마술
입력 2018-04-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