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포격전에 ‘유탄’… 韓, 수출 최대 39조원 손실

입력 2018-04-05 05:00
무협, 시나리오별 피해 추산… KDI, 성장률 전망치 하향 검토
전문가들 “유탄 피해 방어 위해선 日·EU 등과 연대해야”
中 “美 106개 품목에 25% 관세… WTO 분쟁해결 절차 개시”

세계 경제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간에 낀 형국인 한국이 최대 367억 달러(약 39조원)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3%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무역전쟁의 내용과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제재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중 통상갈등 양상을 3개 시나리오로 전망하고 이에 따른 수출 피해를 추산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유럽연합(EU) 등으로 확산하면서 미국, 중국, EU의 관세가 10% 포인트 인상된다고 가정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 경우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하면서 한국의 수출도 6.4%(367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2 갈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반영해 2.9%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을 계획이다. KDI 거시경제연구부 김현욱 박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국에 네거티브 영향을 줄 것이고 이게 어느 정도 확산되느냐에 따라 성장률 전망도 달라질 것”이라며 “다음 달 말 발표할 예정인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는 25%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1300여개 품목을 발표했다. 중국의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들어 있는 분야가 집중적으로 포함됐다. USTR은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의 강제 이전에 관련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키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미국산 대두(콩), 소고기,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품목의 지난해 전체 수입액은 500억 달러(약 54조원)로, 미국이 관세부과 대상으로 발표한 1300개 중국산 상품의 대미 수출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은 또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 비중이 36.7%로 대만, 일본 다음으로 높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이 강력한 대중 무역 제재를 취할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산업연관 분석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와 중국의 대미국 부과 조치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이 282억6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무역전쟁으로 인해 한국이 일부 품목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중 간 교역전쟁이 한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이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산 철강에 추가적인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국의 후생(실질임금)이 0.0188% 증가하고, 교역액도 0.0061%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간 전쟁을 방어하려면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DI 송영관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G2 싸움에 문제가 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EU, 캐나다, 멕시코 등”이라며 “이런 나라들과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산업연구원 문종철 박사는 “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인도, 아세안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수출시장 외연 확장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