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 교수들끼리 논문에 동료 자녀 올리기 말 돌아
자녀 이름 올린 프로시딩 10년간 최소 10명 본보 확인
대입때 중요 변수로 작용 대학서 동료 판정도 한계로
교육부가 4일 발표한 ‘논문에 자녀 끼워 넣기’ 2차 실태조사 결과는 낮은 수준의 연구윤리가 교수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직계 가족에 국한된 제한적 조사였지만 교수 86명, 논문 138건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가 전체 4년제 대학(213곳) 중 23%가 넘는 49개 대학에서 적발됐다. 학계는 새로운 형태의 꼼수도 횡행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총체적인 연구윤리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두 차례 전수조사를 마쳤지만 정작 교수 사회에서는 “잡기 쉬운 하수만 걸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 조사 대상에는 지난 10년간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논문에 직접 올린 경우만 포함됐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다른 자녀를 올려줬거나 자녀가 아닌 친척을 끼워 넣은 사례는 제외됐다. 교수들 사이에서 “자기 자녀를 넣는 건 하수고 옆방 교수들끼리 서로의 자녀를 올려주는 게 고수”라는 말이 돌지만 이 ‘고수’들은 모두 조사를 피해갔다.
실제로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 미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 딸을 연구에 참여시켰지만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국민일보 2017년 12월 8일자 1면 참조).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교육부 조사가 이런 교수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학술대회 발표용 연구논문집 프로시딩(Proceedings)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프로시딩은 정식 논문은 아니지만 교수의 연구 성과로 인정받고 대학 입시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국민일보는 지난 10년간 최소 10명의 교수가 자신의 자녀 이름을 프로시딩에 올린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2018년 1월 31일자 1면 참조). 일부 교수들은 대입 때 프로시딩 실적 덕을 봤을 가능성도 인정했다.
연구윤리 부정 여부를 각 대학에서 1차적으로 판정한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교육부는 이번에 확인한 138건의 연구에 대해서 수행 당시 교수가 소속됐던 대학에서 연구윤리위를 개최해 검증 절차를 진행한 뒤 결과를 오는 6월까지 보고서로 제출토록 했다.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리고 사업비를 환수할 방침이며 자녀 대입에 활용된 경우 입학을 취소키로 했다. 하지만 한 국립대 교수는 “동료 교수 자녀가 걸린 일인데 누가 칼을 빼들겠느냐”며 “결국 제 식구 감싸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연구윤리위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여러 사례에서 “자녀의 기여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다만 각 대학에서 진행된 1차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2차 조사를 권고하고, 연구윤리자문위원회와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추천을 받아 전문가 풀을 구성해 모든 대학의 보고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교육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총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앞으로 미성년자 자녀가 논문 저자에 포함될 경우 소속 학교와 학년, 연령까지 의무적으로 기재토록 할 계획이다. 이제까지는 저자의 소속기관만 표시해 교사와 학생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마저도 소속기관을 고등학교가 아닌 부모의 연구소 등으로 속이고 기재한 사례가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윤리 규정을 개선한다. 연구부정을 사후에 적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개념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오는 6월까지 대학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를 진행한다. 또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감사에서도 주요 사항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교수 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자녀 끼워 넣기를 포함한 공저자 문제가 수년간 고쳐지지 않은 반면 교육부 조치들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은 “대체로 실효성 있는 조치”라면서도 “미성년 저자 연령 표시 등의 개선안은 국제 학술지의 관행과 어긋나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령 저자, 선물 저자도 오래 전부터 문제였던 만큼 지금부터라도 심층적 연구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도 “이번 논란으로 교수들도 교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교육부의 조치만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논문에 친구 자녀 넣기·프로시딩 올리기… ‘꼼수’는 놓쳤다
입력 2018-04-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