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탓에…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 시작부터 ‘삐걱’

입력 2018-04-05 05:05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과일간식을 주는 정부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시범사업인데 지방자치단체 참여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사업 시행 자체가 불투명하다. 지자체 차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눈치만 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손발이 안 맞으면서 일부 지역에서 아이들은 과일간식을 구경도 못할 상황에 처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26개 지자체(224개 시·군·구와 세종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 가운데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과일간식을 제공키로 결정한 곳은 108곳(47.4%)에 그친다.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1∼6학년 초등학생에게 무료 과일간식을 주기로 했었다. 1인당 150g 정도의 신선과일을 1주일에 한 번씩, 연간으로 30차례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일을 제때 공급받기 위해 지난달 12일에 과일간식 제조·공급 적격업체 7곳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시행 시기가 되고 보니 지자체 118곳은 공급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예산이다. 지자체들이 올해 예산을 짜면서 과일간식 사업 예산을 누락한 것이다. 이 사업은 국비 72억원에 지방비 78억원을 더한 돈으로 진행된다.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는 추경을 하면 된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발목을 잡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지방선거 때문에 추경 편성이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궁여지책으로 국비를 우선 집행하겠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과일간식에 투입하기로 했던 국비 중 61억원을 먼저 지자체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분담하는 사업의 경우 지방비를 확보하지 않으면 국비를 집행할 수 없지만 ‘예외’를 두기로 한 것이다. 부랴부랴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아이들이 언제 과일간식을 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상 추진을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경쟁입찰로 과일간식 가공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등 후속 절차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