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혈액병원 개원… “한국형 네트워크 구축 진료표준화 총력”

입력 2018-04-08 19:06

국내 최초 혈액병원이 문을 열었다. 한국형 혈액질환 네트워크를 만들어 여러 병원에서 동일한 진료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진료 프로세스 간소화에도 팔을 걷었다. 국내 의료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혁신의 주인공인 김동욱(사진) 가톨릭혈액병원 초대 병원장(혈액내과 교수)을 만났다.

김 교수는 “혈액병원은 혈액암 전문가로서 이루고 싶었던 오랜 꿈이었다”며 “그간 경험을 통해 ‘혈액질환에 맞춘 독자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의사 개인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국내 병원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동욱 교수는 “뛰어난 교수 한 명이 병원을 옮기면 환자들도 우르르 교수를 따라가 병원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취약한 구조다. 핵심 교수진이 은퇴하면 현재의 경쟁력을 이어갈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혈액병원만의 독립된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지휘하는 가톨릭혈액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의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내년 5월 개원 예정인 은평성모병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담당 의료진과 병상을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혈액병원이 제시한 최우선 목표는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혈액병원을 주축으로 가톨릭의료원 산하의 어떤 병원을 가도 같은 방식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과거에는 의료진마다 치료방법이 달라 의료의 질이 제각각이었고, 표준화된 연구를 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전체 네트워크가 의료의 질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김동욱 교수는 “현재 혈액병원 네트워크 팀을 만들어 표준 처방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가 완료되면 지방의 의료진들에게 내용을 보내 피드백을 거칠 예정”이라며 “지방병원에서는 서울과 다르게 여러 중증도의 환자들을 보기 때문에 다른 관점의 노하우가 있을 수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전체의 혈액질환 표준이 되는 것”이라며 “가톨릭의료원이 아닌 타 병원에서도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네트워크가 늘어날수록 일본, 중국 등과 경쟁할 때 숫자로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진료 프로세스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보통 입원 환자에게는 의사가 손대지 않아도 약 7가지 처방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일정시간마다 바이탈이나 혈당, I.O(Input/output·섭취량과 배출량)를 체크하도록 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이라며 “그러나 이것들이 모든 환자에게 필요하지는 않다. 혈액병원에서는 기존의 루틴을 모두 없애고,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처방을 내는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가뜩이나 업무가 많은데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큰 낭비다.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혈액병원에서는 의료진, 전문간호사, 약사 등 각 테마마다 팀을 구성해 실태조사와 예비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김 교수는 “가톨릭혈액병원은 혈액질환에 있어 학문적으로도 환자 치료 질(퀄리티) 면에서도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병원이라고 자부한다. 앞으로 5년 내에 물리적으로 독립된 병원을 건립해 혈액질환 환자에 맞춘 최고의 시스템을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