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이번엔 현대차 치고 빠지기?

입력 2018-04-05 05:00

보통주 1조560억 확보하고 출자구조 개편 추가 조치 요구
전체 지분의 1%에 불과해 경영 개입할 여지 크지 않아 실리 챙기기는 계속될 듯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다며 경영권에 간섭했던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엔 현대자동차그룹을 겨냥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엘리엇 지분이 1% 수준에 불과해 지배구조 개편에 큰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엘리엇은 4일 “주요 주주로서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10억 달러(약 1조560억원)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의 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더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부분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엘리엇은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는 엘리엇 발표 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전체 지분이 1.5% 미만인 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와는 달리 지배구조 개편에 환영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시가총액(3일 종가 기준)은 현재 73조5000억원 규모로, 엘리엇이 보유한 3사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물산 합병 당시엔 엘리엇이 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당시처럼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헤지펀드의 목적이 고수익 확보에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며 실리를 챙기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다음 달 29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