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성수기를 맞은 부동산 분양 시장에 4∼5월 전국 약 7만 가구에 달하는 ‘분양 러시’가 시작됐다.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 리스크로 집값 조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공급이 쏟아지면서 분양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부동산인포 등 업계에 따르면 해당기간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는 6만9521가구(오피스텔·임대 제외)로 올해 분양예정 물량(21만3373가구)의 32%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403가구가 공급된 것과 비교해도 3배가 넘는 물량이 집중됐다. 이는 건설업계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양시기를 앞당긴 결과로 풀이된다. 선거유세 기간 분양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성수기인 봄 시장에 알짜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4만2730가구가 공급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정부 규제로 시장 전반의 침체 및 양극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공급 풍요 속 미분양 속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4일 발표한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조사 결과 4월 전망치가 62.7을 기록해 전월보다 28.8포인트 급락했다. 해당 전망치는 ‘경기 호전’을 점친 시장 관계자가 다수일 때 기준선인 100을 넘긴다. 결국 주택 시장 체감경기가 더 안 좋아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내에서조차 집값 양극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서울 시내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의 가격차를 비교한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4.8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주택 보유의 부담에 따라 인기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려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희소성이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시장의 온도차는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일부 로또아파트 열풍과 지방 분양 한파 사이에서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강남(서울) 불패’ 같은 시장 논리만 재확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4~5월 ‘분양러시’ 7만 가구 쏟아진다… ‘빈익빈 부익부’ 전망
입력 2018-04-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