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역대 최고라지만… G2서 경쟁력은 되레 후퇴

입력 2018-04-05 05:00

G2의 수입수요 확대 등 외부요인 덕에 실적 호조
한국 수출 경쟁력 악화로 G2서 74억달러 감소 유발

한국은 지난해 수출(5737억 달러)과 무역수지(952억 달러)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달성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단가 인상 등의 덕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한국 수출 ‘빅4’ 지역의 경쟁력에 따른 수출 변화를 분석한 결과 G2(중국 미국)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연구원이 4일 발표한 ‘2017년 우리 수출의 호조요인 분석-빅4 시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G2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는 이들 지역의 수입 수요 확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반대로 수출 경쟁력은 떨어져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먼저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증가(1851억 달러) 중 중국의 수입 수요 증가로 인한 변동은 278억5000만 달러인 반면 한국의 경쟁력 변화로 인한 변동은 -63억7000만 달러였다. 중국의 수입 수요 증가 요인이 한국의 수출을 278억5000만 달러 늘도록 했다면 한국의 경쟁력 감소가 63억7000만 달러만큼 수출이 감소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15개 주요 품목 중 반도체, 화학공업제품, 선박, 플라스틱은 경쟁력이 증가해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디스플레이, 자동차, 휴대전화 등 11개 품목은 경쟁력이 감소해 수출 감소 요인이 됐다.

미국 역시 내부 수입 수요 확대가 한국의 수출을 49억1000만 달러 늘린 반면 한국의 경쟁력 감소는 수출을 11억4000만 달러 축소시켰다. 품목 중에선 휴대전화 자동차 철강제품에서 경쟁력 감소로 인한 수출 감소액이 컸다. 반대로 EU의 경우엔 한국의 경쟁력 증가로 인한 수출 증가가 47억6000만 유로로, 수요 증가로 인한 수출 변동 폭(32억2000만 유로)을 넘어섰다. 일본도 한국의 경쟁력 증가로 수출이 증가(278억엔)하긴 했지만 수입 수요 증가 요인(3849억엔)이 훨씬 더 컸다.

지난해 G2 지역에 수출한 주요 국가 중 한국의 수출 경쟁력만 감소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 대만 미국 독일은 경쟁력이 수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 일본 독일 인도는 경쟁력이 증가했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경쟁력 요인이 2016년부터 2년 연속 대중·대미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