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하고 부끄럽다” 영진위, 블랙리스트 지원배제 사과

입력 2018-04-04 22:01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영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가동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영진위 오석근 위원장은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참혹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간 자행된 블랙리스트 실행 과오뿐 아니라 그동안 내실 있는 영화진흥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한국 영화의 상징인 영진위 위상을 실추시켜 영화인들의 자긍심을 훼손한 데 대해 깊이 참회하고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영진위는 앞서 블랙리스트 관련자 재판 판결,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문체부 진상조사위) 중간조사 등을 토대로 자체 진상 조사를 벌인 결과 56건의 피해 사례를 확인했다.

영진위는 2009년 단체 지원사업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단체를 배제한 것을 시작으로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사업의 공모제 전환과 사업자 선정 및 독립영화전용관·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독립영화 제작·다양성영화 배급 등의 지원 대상 심사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

특히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과 ‘다이빙벨’을 상영한 여러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절반으로 삭감했다.

오 위원장은 “자체 구성한 ‘영화진흥위원회 과거사 진상규명 및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문체부 진상조사위와 연계한 후속 조사를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피해 복원 등 가능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권남영 기자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