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의 압박’… “이 전쟁의 끝을 모른다는게 더 공포”

입력 2018-04-04 18:25 수정 2018-04-04 21:55

1000억달러 대미 무역흑자 줄이지 않으면 철회 불가
현재로선 타협 가능성 희박 亞 경제에 부정적 영향 우려
“트럼프 중간선거 의식” 유통업계 가격 인상 우려 등 美 산업계, 반대도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관세폭탄을 꺼내든 것은 중국에 대해 ‘최대의 압박 작전’을 구사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미국은 중국이 1000억 달러(약 106조원)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으면 관세폭탄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만일 중국이 대미 흑자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할 경우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똑같은 강도로 대응하겠다”며 보복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미국과 중국이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처럼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채드 보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일(현지시간) WSJ에 “500억∼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가 거시경제에 주는 충격은 아주 크다”며 “그러나 더 큰 두려움은 이 무역전쟁의 끝이 어디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담 슬레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의 파장은 미국 기업들의 공급 사슬을 통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통신, 전자 제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경제에도 광범위하게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은 시간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중에 “중국산 제품에 45%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여러 차례 예고했다. 평소 ‘미국 경제가 중국에 고사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를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에 기용한 것도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이 보복을 다짐하고 나서자 CNBC방송에 나와 “중국 측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국민들은 그런 반응(보복관세 부과)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중국 고위 관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 산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부과로 수혜를 입는 철강업계를 제외한 대부분 업계가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농업계는 중국의 보복관세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생산기반을 두거나 대중 수출이 많은 정보기술(IT) 업계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격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