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보도] 남녀비율 맞추려?… 은행은 왜 男직원에 가산점 줬을까

입력 2018-04-05 05:05
실제 은행 여직원 비율 낮지 않아 창구 텔러 높은 비중에 착시 효과
평균 연봉·근속연수 따져보면 남녀간 격차 여실히 드러나
경력 단절·보수적 분위기 ‘차별채용’ 원인으로 꼽아


금융감독원 검사와 검찰의 수사에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이 신입 행원을 뽑을 때 남성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 두 은행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힐 뿐 ‘성차별 의혹’에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은행은 여성 직원이 적지 않은 업종이기 때문에 현장 근무 직원이 특정 성(性)에 쏠리지 않도록 조정 차원에서 남성 지원자 점수를 올려준 것이라는 해명도 나온다. 두 은행은 왜 남성을 더 뽑으려고 했을까. 가산점을 준 속셈은 뭘까.

국민일보가 4일 주요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실제로 여성 직원 비율은 낮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성 직원은 9528명, 여성 직원은 8751명이었다. 여성 직원 비율은 47.8%였다. 하나은행은 되레 여성 직원이 많았다. 하나은행 직원 1만3546명 가운데 남성은 5567명, 여성은 7979명이었다. 여성 직원 비율을 보면 신한은행(43.7%)과 우리은행(53.8%)도 절반에 근접하거나 절반을 넘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착시효과’가 숨어 있다. 은행 여성 직원의 경우 영업창구 텔러(금전출납계 직원), 고졸사원 비중이 높다. 숫자만 봐서는 차별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평균 연봉과 근속연수를 따져보면 ‘성 격차’는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모두 1억원을 넘는다. 반면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평균 근속연수도 길게는 8년8개월(국민은행)에서 짧게는 3년11개월(우리은행)까지 차이가 난다.

‘직장인의 꽃’이라 불리는 임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성차별은 극심하다. 국민은행의 여성 임원은 박정림 WM부문 총괄 부행장 1명뿐이다. 하나은행도 1명(백미경 소비자보호본부 전무)만 있다. 임원 중 여성 비율은 국민은행이 5.0%, 하나은행은 3.7%에 불과하다. 우리(4.6%)·NH농협(6.7%)·신한(8.57%)·기업(10.6%)은행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에선 ‘차별 채용’의 원인으로 경력단절, 보수적 분위기를 꼽는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채용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임원까지 오른 여성은 본인은 물론 가족의 희생이 이면에 숨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인 은행 문화에서 남성을 여성보다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히 있다”며 “이게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변화를 고민하기는 한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육아·가사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도 한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직원의 경우 출근을 1시간 늦췄다. 지난 정부에서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채용’을 강조하자 은행들은 2015년에만 경단녀 1400여명을 뽑기도 했다. 다만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임금·근무환경 등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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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