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의 원인으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공개’ 여부가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공개’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시장이 여기에 먼저 반응하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는 공개 수위를 최소화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원칙적으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금기로 여긴다. 다만 각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구두개입, 미세조정 같은 방법을 쓴다. ‘외환시장 개입 공개’는 정부의 미세조정 내역을 밝히라는 것이다.
정부가 미세조정 내역을 공개하면 외환시장 개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환율에 민감한 한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환율주권’을 강조하며 미세조정 내역 공개를 모른 척했다. 그러나 공개결정을 더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4일 “국제사회는 그동안 꾸준하게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공개 수위다. 정부는 특정기간의 달러 순매수 총액을 공개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내역을 모두 드러내는 게 아니라 특정시기에 달러를 사고판 것을 합쳐 순매수액만 발표하는 식이다. 예컨대 한 달간 세 차례에 걸쳐 1000만 달러를 사고, 두 차례로 나눠 500만 달러를 팔았다면 ‘500만 달러 순매수’라고만 밝히는 것이다. ‘환율주권 침해’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공개 주기가 짧으면 불리하다. 시장개입 흐름이나 방식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기 또는 분기별로 개입 내역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얼마나 압박할지가 변수다. 미국은 매월 공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환율보고서가 분기별로 작성되는 점 등을 감안해 협의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야 한다”며 “분기별 또는 반기별 순매수 총액 공개 수준이라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외환시장 개입 공개 임박… 정부, 수위 놓고 고심
입력 2018-04-0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