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구윤리 망각한 교수들의 비뚤어진 자식사랑

입력 2018-04-05 05:01
교육부가 4일 발표한 ‘대학교수 논문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록 실태조사’ 결과는 대학교수들의 연구윤리 실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두 차례로 나눠 실시된 실태조사에서 전국 49개 대학 86명의 교수가 138편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동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7만5000여명의 최근 10년간 발표 논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라고 하는데 무려 5편의 논문에 자녀를 공동저자로 올린 교수도 있었다. 이런 행태는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국립대와 사립대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인 현상임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본보의 단독보도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 ‘논문 공저자 자녀 끼워넣기’는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이다. 교육부의 훈령인 연구윤리지침에는 ‘부당한 저자 표시’가 연구부정행위라고 적시돼 있다. 해당 교수들은 자녀가 논문에 기여했다고 했지만 본보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례들을 보면 어쭙잖은 변명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문헌 검색, 실험기구 세척, 영어 번역, 논문 오·탈자 교정 등 단순작업을 이유로 들었는데 공저자로 올리기에는 낯간지러운 수준의 활동들이다. 대부분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한 스펙 관리 차원에서 공저자로 올렸을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논문 실적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 뒤 수시 전형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거나 외국 유명대학에 진학한 사례들이 확인됐다. 2014학년도부터는 학생부에 논문 실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후에도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등을 통해 간접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문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들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비뚤어진 자식사랑에 눈이 멀어 부정행위를 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부는 연구부정행위로 드러나면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대학에 의뢰하고 논문이 대학 입시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면 입학취소를 요구하겠다고 했는데 당연한 조치다.

교육부는 적발된 논문들이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하는지를 검증해 6월까지 보고서를 제출해 줄 것을 대학에 요청했다. 해당 대학들은 철저히 검증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연구부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논문 검증의 권한이 대학에 있지만 교육부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미성년 공저자가 있을 경우 학교·학년·연령 표시를 의무화하고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 재발 방지 대책들도 차질없이 추진해야겠다. 친인척이나 친구의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경우도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에 대한 실태조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